베일에 쌓여있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 씨(57)가 수십년 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 결과 배임·탈세 혐의가 드러나 재판에 넘겨지면서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나왔다.
서씨는 20일 오후 1시34분께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나타났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서씨는 "그동안 왜 검찰 조사에 불응했느냐"는 등의 취재진 물음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서씨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으로 부터 롯데시네마 내 매점을 불법 임대받아 770억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특경 배임) 등으로 기소됐다.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홀딩스 지분을 넘겨받으며 증여·양도세 등 300억원 상당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도 적용됐다.
수사 당시 검찰은 변호인을 통해 일본에 체류하는 서씨에게 '자진 입국해서 조사받으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서씨가 매번 소환에 불응하면서 대면조사 없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씨는 법원의 공판준비절차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서씨가 첫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 영장을 발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서씨는 18세이던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로 선발돼 하이틴 영화에 출연하는 등 연예계에서 활동했다. 서씨는 1980년대 초 돌연 종적을 감췄다가 1983년 신 총괄회장과 사이에 딸 신유미 씨를 낳았으며,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채 사실상 그의 세번째 부인이 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