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2013년부터 매년 울산에서 ‘SK 동반성장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연다. 청년 구직난 해소와 중소기업의 우수 인재 채용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울산에 사업장이 있는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건설, SK케미칼 6개사가 행사를 지원하고 이들 계열사 협력사가 현장 채용에 나선다. 지난해에는 19개 협력사가 박람회에 참여해 1000여명의 구직자와 상담했다.
SK 동반성장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SK 협력사가 구직자와 상담하고 있다.
SK 동반성장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SK 협력사가 구직자와 상담하고 있다.
SK는 ‘협력사의 경쟁력이 SK의 경쟁력’이라고 본다. 특히 협력사를 단순 지원하기보다 협력사의 장기 경쟁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철학에서다. SK가 협력사의 인력 채용을 지원하는 배경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SK는 협력사 사장들의 경영 능력을 키우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SK가 2007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동반성장 CEO(최고경영자) 세미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세미나는 매년 총 10회에 걸쳐 경영전략, 재무, 마케팅, 리더십 등 경영 노하우를 협력사 CEO에게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5500명이 넘는 협력사 CEO가 참여했다. 강의료는 SK 계열사들이 부담한다. 최태원 SK 회장도 경영 복귀 첫해인 2015년 12월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SK는 2005년 ‘행복 동반자 경영’을 선언했고 2006년 동반성장 아카데미, 2009년 동반성장펀드 등 그룹 차원의 상생 노력을 본격화했다. 2013년에는 사회공헌위원회를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산하에 설치해 협력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매년 협력사와 공정거래 협약을 통해 상생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공정거래 협약은 불공정행위 예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가 세부방안에 대해 1년 단위로 사전에 약정을 맺고 이를 이행하는 제도다. SK는 지난해 3월 협력사들과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해 경쟁력 강화 방안, 대금지급 조건 개선 방안, 불공정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SK는 지난해 협력사의 자금난 해소를 돕기 위해 전년보다 300억원 많은 총 6177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투자 측면에서도 2013년 3600억원이던 동반성장 펀드를 2014년 4200억원으로 확대했다. SK는 이 펀드를 통해 협력사에 저금리로 사업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이와 별도로 협력사에 직접 투자하는 동반성장 사모펀드(PEF)도 운영하고 있다. PEF는 1000억원 규모다. SK는 우수 기술력을 보유한 협력사와 장기적 관점에서 동반성장을 하기 위해 2012년 이 PEF를 만들었다. 콘텔라, 동진쎄미켐, 성창 E&C 등 협력사가 투자를 받았다.

계열사별로도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신기술을 개발하려는 협력사에 무상으로 시험장비와 연구공간 등을 지원하는 ‘티 오픈 랩(T Open Lab)’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임금 인상액의 20%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프로그램(상생협력 임금 공유제)을 2015년 국내 기업 최초로 도입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조성된 기금은 총 66억원이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