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노부모의 '베스트  프렌드'가  돼라
“네가 결혼하기 전까진 안 죽는다.”

이미 결혼한 아들은 아버지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버지에게 치매가 찾아온 것이다. 아들의 오랜 간병은 그렇게 시작됐다. 점점 쇠약해지는 아버지를 보며 아들의 몸과 마음도 지쳐갔다. 아들이 자식이란 가면을 벗고 아버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하면서 변화는 시작됐다. 아버지의 잘못된 기억과 틀린 말을 굳이 고쳐주려 하지 않고 재미있게 들어줬다. 아버지가 결코 찬성할 수 없는 선택을 했을 때도 자식이 아니라 ‘친구’로서 도와줬다.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의 얘기다.

기시미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는 모두가 안고 있는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담고, 이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저자는 부모가 늙고 병들고 아파도 한 명의 인간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부모를 부모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끊을 수 없는 관계와 친구가 된다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존경할 수 있다.”

저자는 부모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고 고마운 존재라는 점도 일깨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가족끼리 왜인지 모를 어색함을 느꼈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깨닫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부모님이 사실은 가족들을 하나로 연결해주고 있었다는 것을.” (박진희 옮김, 인플루엔셜, 264쪽, 1만4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