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동의율이 높아지면서 매매가격이 급반등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동의율이 높아지면서 매매가격이 급반등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부 주택형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춤하던 매수세가 다시 일어나면서 이 일대 일부 대형 아파트값이 작년 10월 고점 가격을 회복한 데 이어 역대 최고가격인 2008년 가격을 넘어섰다. 서울시가 초고층 재건축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재건축 동의율 50% 달성이 눈앞에 다가오며 재건축 기대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을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한강변, 2008년 최고가 넘어서

13일 압구정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대1차 아파트 전용 197㎡는 최근 33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2008년 6월 최고 거래가격 33억원을 뛰어넘었다. 이 아파트는 11·3 대책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 9월 31억7000만원에 매매된 이후 한동안 매수세가 주춤하다가 지난달 32억5000만원에 팔리는 등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6차 전용 157㎡도 전 고점에 육박했다. 지난 9일 26억5000만원에 매매되면서 전 고점이던 작년 10월 매매가 26억8000만원에 근접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한강변 동(棟)의 대형 아파트가 시세 반등을 주도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거나 전 고점에 다가서고 있다”고 전했다. 재건축 기대가 커질수록 한강변 동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같은 197㎡ 주택형이라도 대지 지분이 13㎡ 많은 역세권 동보다 대지 지분이 적은 한강변 동 로열층이 2억원가량 높게 팔리고 있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역세권 동의 가격이 더 높았다.

한강변 이외 지역에 있는 동이나 중형 주택형 가격도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 현대5차 전용 84㎡는 현재 18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11·3 대책 이후 호가가 17억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억원 가까이 반등했다. 작년 10월 거래금액(18억85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작년 11월 이후 지속된 ‘거래절벽’ 현상도 지난달 중순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인근 연세공인의 김종도 대표는 “층수 논란과 관계없이 매일 여러 건의 매매 소식이 들려온다”며 “강남구청에서 받고 있는 재건축 사업 추진 동의율이 이달 내로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단지 주민들이 한 채씩 더 사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 이달 말 지구단위계획 심의

압구정동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거래가 되살아난 것은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이 가시권에 들어온 영향 때문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는 2014년 안전진단을 통과하고서도 재건축 추진위조차 설립하지 못했다. 층수, 기부채납(공공기여) 비율 등에 관해 서울시와 주민 간 입장차가 큰 탓이다.

내부 주민 간 견해 차이도 크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1만240가구 가운데 4355가구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구현대아파트에서만 4개의 조직이 추진위 설립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추진위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한양아파트는 찬성률 50%를 넘겨 추진위 설립이 확정됐다. 압구정 4구역(현대8차·한양2단지)도 주민동의서 접수 건수가 전체 가구 수의 50%를 넘겨 추진위 결성을 앞두고 있다. 6구역(한양 5·7·8차)에서도 압구정 최초로 통합 재건축조합이 5월께 탄생할 전망이다.

13일 현재 3구역(구현대)이 47%, 2구역(신현대)은 44% 정도의 찬성률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청은 주민 동의가 50%를 넘으면 공공지원 등으로 재건축 추진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주민 의견 청취도 찬성률이 50%에 이를 때까지 무제한 하기로 했다.

다만 층수에 대한 서울시와 주민 간 견해 차이가 커 사업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구현대 등 일부 구역은 45층 이상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지역이 일반주거지역이라는 점을 들어 최고 35층을 넘길 수 없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주민 사이에서는 재건축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이자는 측과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45층 이상의 재건축을 밀어붙이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설지연/조수영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