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우리 외교도 차질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등으로 대외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오는 5월까지 정상외교가 불가능해서다.

차기 대통령의 첫 정상외교는 7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가장 이른 다자 정상외교 일정은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베트남)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11월 베트남에서 열린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새 대통령 선출 후 두 달이면 외교·안보라인을 새로 꾸려 G20 정상회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월에 차기 정부가 들어서도 미국 일본 등과의 양자 정상회담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외교라인을 정비하고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정할 필요가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말고 외교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양국 간 갈등 사안이 지도자 사이의 협상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정상외교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며 “다만 정상외교를 하기에 앞서 국내에서 외교 안보에 대한 목표와 정책 기조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세영 동서대 교수도 “시간에 쫓겨 정상회담을 급하게 하려고 하면 상대 정상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에 먼저 외교전략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배병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 행정부는 정상외교를 서두르기보다 현안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내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거 직후 외교·안보라인의 즉각적인 교체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박 교수는 “새 정부가 들어선다고 정부에 따라 인사를 모두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들을 바로 교체하면 주변국과의 소통 채널이 사라지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 교수는 “전투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그간 외교 난맥상이 박 대통령과 윤병세 장관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며 “장관이 교체되면 함께 일할 실장급 후속 인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