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9일 오후 4시27분

싱가포르 화학 합작사인 주롱아로마틱스(JAC) 인수전에 한화그룹이 프랑스 토탈사와 손잡고 참여했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각각 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공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롯데를 포함해 국내외 대형 화학기업들이 잇달아 JAC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최근 JAC의 파산관재인인 보렐리 월시가 실시한 JAC 매각 본입찰에 한화토탈 명의로 참여했다. 한화토탈은 한화종합화학과 프랑스 토탈이 지분을 50%씩 나눠 가진 합작사다. 당초 JAC의 매각 주체로 한화케미칼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이를 바꿨다.
[마켓인사이트] 한화, 프랑스 토탈과 손잡고 JAC 인수전 참여
산업계 관계자는 “한화와 토탈이 공동으로 JAC를 인수하면 양사 모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안다”며 “양사가 이사회를 거쳐 한화토탈을 주체로 인수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롱아로마틱스는 SK그룹 등이 싱가포르 주롱섬에 약 3조원을 투자해 세운 세계 최대 방향족(아로마틱스) 공장이다. 연간 파라자일렌(PX) 60만t, 벤젠 45만t, 혼합나프타 64만t, 액화석유가스(LPG) 28만t 등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2015년 9월 가동에 들어갔으나 유가와 PX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후 2015년 10월 채권단 관리 절차에 들어가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다만 JAC의 지분 가치는 거의 없어진 상황인 만큼 지분이 아니라 JAC의 자산 전체가 매각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공장을 운영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였으나 국제 유가와 PX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지난해 7월 공장이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입찰자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JAC를 인수하려는 국내외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토탈은 각자 역할 분담에 대한 조율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JAC에서 생산한 제품을 나눠 아시아는 한화, 유럽은 토탈이 각각 유통시키는 안 등이 거론된다.

롯데도 롯데케미칼 주도로 입찰에 참여했으나 인수 가능성과 인수 이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협력자를 찾아왔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6 대 4로 지분을 들고 있는 현대케미칼을 통해 입찰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글로벌 정유사와 손잡고 공동 입찰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쟁자가 많아 국내 회사가 인수에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일본 중국 등 다른 글로벌 화학기업을 포함해 5~6곳이 본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채권단은 인수자가 19억달러에 달하는 JAC의 부채를 떠안아주길 희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측과 인수 측의 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이가 있어 이를 좁히는 것이 관건”이라며 “국내 기업이 입찰에 성공한다면 아시아 거점 지역에 생산기지를 확보할 수 있어 의미 있는 거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JAC의 파산관재인은 이르면 이달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