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앙리 마티스 '생의 기쁨'
미술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있는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예술이었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1859~1964)는 1905년 당시 유럽 화단을 지배한 후기인상주의 화풍을 버리고 사실의 재현보다 감정 표현에 역점을 둔 새로운 작업에 나섰다. 3차원 원근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색채의 잠재적 표현력, 색과 형태의 관계에 집중하며 개성적 표현을 강렬하게 시도했다. 나무를 초록으로 칠하지 않았고, 사람의 몸은 더 이상 피부색이 아니었다. 20세기 회화의 일대 혁명을 일으킨 야수파(포비즘)는 마티스의 섬세한 촉수에서 이렇게 태어났다.

그의 ‘생의 기쁨’은 인간의 욕망과 희망을 색채 마술로 풀어낸 야수파 화풍의 대표작이다.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의 ‘여행으로의 초대’와 말라르메의 ‘목신의 오후’에서 영감을 받아 삶에 대한 갈망을 희망의 미학으로 연출했다. 벌거벗은 여인이 홀로 피리를 불고, 더러는 서로 얼싸안고 사랑을 나눈다. 양손을 목 뒤로 올린 고혹적인 여인, 원무를 추는 사람들이 마냥 행복감에 빠져 있다. “마치 아이가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평생토록 그렇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마티스의 예술철학이 화면에 오롯이 녹아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