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이에 대한 미 의회 차원의 공식 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서면서 전·현 정권 간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트위터 성명에서 "2016년 대선 직전 정치적 목적의 수사 가능성 우려에 관한 보도는 매우 걱정스러운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행위(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를 규명하기 위한 미 의회조사 작업의 일부로서, 실제로 2016년에 행정부의 수사 권한이 남용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의회 정보위에서 자신들의 감독 권한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감독(조사)이 이뤄질 때까지 백악관이나 대통령은 더이상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파이서 대변인이 언급한 대선 직전 정치적 목적의 수사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오바마 대통령의 트럼프 타워 도청 지시 의혹을 일컫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새벽 트위터에 "끔찍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승리 직전 트럼프 타워에서 전화를 도청했다는 걸 방금 알았다.

이것은 매카시즘!", "매우 신성한 선거 과정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내 전화를 도청하다니 정말 저급하다.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감이다. 나쁜(혹은 역겨운) 사람!"이라는 등의 비난 글을 올렸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도청 주장을 입증할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사 요구에 대해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은 즉각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에 대한) 하원 정보위 조사의 포인트 중 하나는 지난해 대선 기간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취한 행동(해킹)에 대한 미 정부의 대응도 포함돼 있다"면서 "하원 정보위는 지난해 대선 기간 미 정부가 어떤 정당의 (선거) 캠페인 관리 또는 측근 대리인들에 대해서라도 감시 활동을 했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견상으로 보면 대통령과 여당이 서로 짜고 치는 모양새다.

오바마 도청 의혹의 애초 진원지 격인 보수 성향의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마크 레빈은 이날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바마 정부가 감시 활동을 했다는 증거는 강력하다.

문제는 그들이 누구를 감시했느냐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선거캠프와 인수위, 측근 대리인들이 감시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측과 민주당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하며 반격에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케빈 루이스 대변인은 전날 성명을 내고 "오바마 행정부의 어떤 관리도 법무부의 수사에 관여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어떤 미국인에 대한 사찰도 명령하지 않았다. 그와 다른 어떤 주장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조시 어니스트도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백악관의 위기관리 교본에는 한 페이지가 있는데 그것은 단지 스캔들을 호도하기 위해 트윗을 하거나 터무니없는 뭔가 떠들라는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스캔들이 커지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도 점점 더 터무니없어진다"고 비난했다.

한편,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정보국장(DNI)을 지낸 제임스 클래퍼는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대선 때 그 어떠한 도청 행위도 이뤄진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