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컨템포러리 브랜드 ‘쟈딕앤볼테르’는 올초 봄·여름 상품으로 한글이 들어간 반팔 티셔츠(사진) 한 장을 내놨다. 온라인몰에서는 정가 150파운드(약 20만원대)에 팔다가 세일가 75파운드(약 10만원대)에 판매했다. 얼마 전 모두 팔렸다. 여름용 반팔 티셔츠가 봄이 오기도 전에 완판된 건 이례적이다.

독특한 디자인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전면에 영어로 ‘쟈딕앤볼테르 서울’이라는 글씨가 크게 박혀 있고, 그 밑에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82번지’라고 한글로 쓰여 있다. 쟈딕앤볼테르의 청담동 매장 주소다. 색상은 흰색, 검은색, 오렌지색 세 가지로 제작했다. 한국에선 판매하지 않았고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팔았다.

쟈딕앤볼테르는 ‘현대적 감각으로 독특한 디자인을 디테일로 풀어낸 준명품급 의류’를 말하는 컨템포러리 분야의 대표 브랜드다.

한글을 큼지막하게 새겨넣은 이 티셔츠는 한글 자체를 특이한 디자인으로 인식한 현지 ‘패피’(패션피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 브랜드 ‘슈퍼드라이’가 일본어를 티셔츠 전면에 넣어 히트를 치고, 프랑스 브랜드 ‘메종키츠네’가 일본어로 여우를 뜻하는 키츠네를 브랜드에 활용해 인기를 끈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해외 직구(직접구입) 및 병행수입 전문 사이트, 카페 등에서는 “한국에서 프랑스어, 영어 문구 들어간 옷이 인기 있는 것처럼 한글 티셔츠가 잘 팔렸다니 신기하다”, “일본어 티셔츠만큼 한글 티셔츠도 해외에서 히트했으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