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엔 나도 프로!] 새봄 첫 라운드 30분만 투자해도 퍼팅이 달라진다
퍼팅은 골프의 절반을 차지한다. 파 72홀일 경우 36번의 스트로크가 퍼팅으로 채워져 있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퍼팅의 중요성이다. 그런데도 연습량이 가장 적은 게 퍼팅이다. 비거리를 내주는 드라이버나 송곳처럼 그린에 꽂히는 아이언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한몫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 뒤 맞는 첫 라운드라면 퍼팅감이 현저히 떨어져 있을 게 분명하다. 지난가을 후끈 달아올랐던 퍼팅감을 최대한 빨리 되찾아 낼 첫 라운드 전 체크 포인트를 짚어봤다. 퍼팅만 잡아도 5타는 쉽게 줄인다.

◎포인트 1

가장 낮은 곳을 찾아라

겨울 그린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뒤 골퍼들을 맞는다. 심할 때는 홀마다 그린 속도가 달라진다. 3월의 그린에선 응달과 양지 바른 곳의 그린 속도 편차도 심하다. 첫 3홀에서 누가 빨리 그린 빠르기에 적응하느냐가 그래서 중요하다. 하수가 고수를 이길 수 있는 기회가 그린에 숨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법은 미리 굴려보는 수밖에 없다. 10분이라도 일찍 골프장에 도착한 뒤 연습 그린의 가장 낮은 곳(오르막 퍼팅을 했을 때 직선으로 굴러 올라가 홀에 들어가는 지점)을 찾는 게 먼저다. 그다음 이를 기준으로 동서남북 지점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거리의 퍼팅을 해본다. 이렇게 하면 훅 라인(공이 왼쪽으로 휘는 경사), 슬라이스 라인(공이 오른쪽으로 휘는 경사)은 물론 내리막 직선 퍼팅까지 모두 점검할 수 있다. 그린 빠르기를 가장 빨리 느껴볼 수 있는 연습법이다.

◎포인트 2

뒷벽 때리는 짧은 퍼팅에 투자하라


아마추어 사이에서 ‘OK(컨시드)’를 주기 모호한 거리가 약 4피트(122㎝)다. 대략 34인치(약 87㎝) 안팎인 퍼터의 1개 반 거리다. 쉬운 듯하지만 실제론 놓칠 확률이 의외로 높은 게 바로 이 거리다. 프로들도 이 거리를 무척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성공해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역시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거리라 실패했을 때의 충격파가 크다. OK를 바라지 않고 자력갱생하기 위해서는 1~2m 거리의 단거리 퍼팅을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하는 이유다. 요령은 뒷벽을 맞고 들어갈 정도로 강한 스트로크다. 뒷벽에 작은 가상의 점을 찍어놓고 그곳을 맞힌다고 생각하면 좀 더 수월하다. 짧을수록 더욱 강하게 넣겠다는 의지를 품어야 한다는 게 퍼팅 고수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단거리 퍼팅의 반은 자신감이다.

◎포인트 3

궁금하면 눈만 따라가라

오랜만의 라운드여서 궁금한 게 많다. 퍼팅을 한 뒤 머리가 공을 따라가면서 들리는 것도 그래서다. 퍼팅이 살짝살짝 빗나가는 비극의 시작이다. 분명히 끝까지 머리를 고정했다고 생각했는데도 ‘헤드업’으로 방향이 틀어지는 건 공이 퍼터 페이스에 닿았을 때 페이스가 공을 잠시 품었다 내뱉는 ‘임팩트’ 순간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 임팩트가 끝날 때까지 완전히 기다려줘야 페이스가 열리거나 닫히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헤드 고정은 오래 연습해도 막상 실전에선 잘 안되는 법이다. 신지애 프로처럼 눈동자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에게 좀 더 현실적인 것은 박인비나 이보미 스타일이다. 눈으로 퍼터 헤드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이다. 머리가 움직이더라도 스트로크 길이만큼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그만큼 오차가 줄어들게 된다.

◎포인트 4

남의 퍼팅에 답이 있다


박성현
박성현
‘아마 골프계의 전설’로 불리는 이준기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 회장은 퍼팅의 달인이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정보 수집이다. 첫 번째 정보는 그린으로 올라가기 전부터 수집해야 한다.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게 까다로우면 비가 왔을 때 물이 어디로 흘러갈 것 같은지를 멀리서부터 상상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회장은 “배수가 한 곳으로 쏠리면 그린이 움푹 파이는 등 훼손되기 때문에 두 곳 이상의 물길이 있다는 걸 감안해 상상하면 높낮이와 굴곡을 읽는 실력이 확 는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동반자의 퍼팅 정보다. 공이 굴러가는 속도는 물론 홀컵 주변에서 어느 쪽으로 휘는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 몸으로 찾아내는 정보다. 좌우의 높낮이가 애매하다 싶으면 ‘짝다리 자세로 양다리에 전해지는 몸무게 차이를 느껴본다’(리디아 고)는 경우도 있다.

◎포인트 5

안 들어가도 길게 쳐라

조던 스피스
조던 스피스
잘 지켜지지 않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약한 것보단 강한 게 훨씬 유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짧게 쳐서 좌절하는 빈도가 높은 게 아마추어다. 박경호 프로는 “목표물을 넘어서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아마추어들의 심리에 깔려 있다”고 설명한다.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홀컵 뒤 30㎝ 부근에 홀컵 하나가 더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하수와 고수의 차이는 홀컵에 들어가지 않은 공이 홀컵 뒷부분에 주로 모이느냐, 앞쪽에 모이느냐에서 결정된다는 말도 있다. 홀컵에 이르지 못한 공보다 지나간 공을 넣기가 더 쉽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짧게 친 공은 모르는 길을 한 번 더 가야 하지만, 지나간 공은 굴러간 궤적을 이미 보여줬기 때문이다. 되짚어 오는 리턴퍼팅에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