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4인용 식탁'으로 시체스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시민 케인상)을 받은 이수연 감독이 14년만에 심리스릴러물 '해빙'으로 돌아왔다.

'해빙'은 한강이 녹으면서 목이 잘린 시체가 떠오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기도 신도시를 배경으로 비밀과 맞닥뜨린 의사 변승훈(조진웅 분)의 이야기를 다룬 심리스릴러물이다.

본인의 병원이 도산해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내과의 승훈은 세들어사는 집의 정노인(신구 분)이 수면내시경 중 가수면 상태에서 흘린 살인 고백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이 감독은 24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해빙'의 언론시사회에 참석, 변승훈에 대해 "두 번의 경제위기를 거친 후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산층을 대표해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영화는 변승훈 역을 맡은 조진웅에게 극의 초점이 맞춰진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는 "(변승훈이) 계층 이동이 불가능해진 한국 사회에서 중년 남성의 불안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수면내시경 도중 가수면 상태의 사람들을 담은 한 동영상과 한강의 얼음이 녹는 4월에 한강 수난구조대가 가장 많은 시체를 건져낸다는 기사를 접하고 '해빙'의 각본을 쓰게 됐다.

이 감독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어떤 불안을 포착하고, 이를 통해 확인하게 되는 인간의 본성까지 다루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토막 살인 사건이란 잔인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데 대해 이 감독은 "가장 좋은 소식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눈 앞에서 잔인하게 벌어지거나 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빙'은 다음달 1일 개봉한다. 위더스필름과 영화사 불이 제작을 맡았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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