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의 선택은 > 헌법재판소가 24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 변론기일을 오는 27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너머로 청와대가 보인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헌재의 선택은 > 헌법재판소가 24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 변론기일을 오는 27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너머로 청와대가 보인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뒤엉킨 사실과 엇갈린 증언…종착역 향해 달리는 '탄핵 열차'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열차’가 종착역을 얼마 안 남겨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로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이후 24일까지 78일이 흘렀다. 12월22일 헌재의 1차 준비절차 기일로부터는 65일째다. 국회가 제시한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는 크게 △최순실 등의 국정 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의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등이다.

헌재는 그동안 25명을 증인으로 불러 대심판정에 세웠다. 이들이 쏟아낸 증언 중에는 서로 엇갈리는 내용도 많았다. 헌재는 복잡하게 얽힌 사실관계와 증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재판관 8명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뒤엉킨 사실과 엇갈린 증언…종착역 향해 달리는 '탄핵 열차'
최순실, 어디까지 개입했나

재판관들은 최씨 등의 국정 농단 개입 여부를 캐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문제가 된 ‘태블릿PC’ 소유자를 둘러싼 다툼과 더불어 ‘대통령 연설문 수정’ 여부가 먼저 도마에 올랐다. 최씨는 증인 신문에서 “대통령 연설문의 감성적인 표현만 살펴본 정도”라고 주장했다. 최씨에게 문건을 건넨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도 “최씨가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고 ‘이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하면 연설문 내용을 쉽게 고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가 국무회의에 개입했는지도 주요 쟁점이었다. 국회 측은 최씨가 정책 변경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외부인이 국무회의에 개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증언했다.

인사 개입 문제를 두고선 양측의 주장이 더 팽팽하게 맞섰다. 국회 측은 최씨가 여러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인사도 최순실 인사”라고 말했다. 또 “최순실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구원장직 등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해줬지만 ‘좌편향이라 안 됐다’고 했다”며 최씨의 인사 개입 정황을 진술했다. 하지만 최씨는 “정부 인사에 개입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인사를 할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추천을 받는 것은 일상적인 통치행위”라고 반박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비정상인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 과정은 박 대통령의 권한남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다. 두 재단은 과거 정부가 추진한 모금 사업과 다르게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재판부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 측은 두 재단 설립이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관련한 정당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최씨를 돕기 위해 비밀리에 만들어진 재단”이라고 공격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증인 신문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액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지시한 적이 있다”고 실토했다.

재단 직원들의 진술도 갈렸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K스포츠재단 이사회는 껍데기일 뿐 직접 지시는 최씨와 안 전 수석이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더블루K와 K스포츠재단까지 장악하고 있었다”고 다른 얘기를 했다.

세월호 비극, 대통령 탓인가

‘세월호 7시간’ 논란과 맞물려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는지도 소추 사유 중 하나다. 류희인 전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은 증인으로 나와 “(전원 구조라는) 세월호 오보를 늑장 파악한 것은 노무현 전 정권 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대형 사고가 나면 ‘대통령 책임’이라는 말은 선진국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고윤상/박상용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