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대선 주자들의 경제관을 우려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소추안이 인용될 것이라는 예상하에 다음 대통령 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재벌개혁, 청년 및 자녀 수당 지급, 기초연금 상향 조정, 공공부문 고용 확대, 기본소득 보장, 육아휴직급여 상향 조정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공약들을 보면 이 땅을 참으로 좋은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들은 이런 공약을 실천해도 경제가 돌아가고 사람들이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진정 가지고 있는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이들의 경제 인식은 문맹 수준이요, 그렇지 않으면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면 부도덕한 것이다.

공약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재정적 여력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런 공약들이 난무한다는 것은 한국의 지적 저열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이 표가 돼왔고 또 앞으로도 되리라고 믿는다는 점에서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의 저열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선거 세계라는 것이 본래 그런 것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재벌개혁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것인지는 언제나 분명하지 않다. 정경유착이라면 허구한 날 재벌의 팔을 비틀어 돈을 가져가는 정부 권력이 그 원인이 아니었던가. 문제가 터지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예전에야 정부 특혜를 얻어 기업들이 이익을 볼 수도 있었겠지만 글로벌 경쟁 시대인 지금은 정부가 기업들을 방해할 수는 있어도 도와줄 방법은 별로 없다.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회사 구조로 바꿔야 한다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구조요, LG와 SK그룹은 지주회사 구조다. 일본의 도요타그룹도 순환출자 구조로서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순환출자 구조는 관련 공무원들이 파악하기에 복잡하지만 지주회사 구조는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어 그렇게 바꾸라는 것인가. 재벌 총수가 소량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한다고 불평하지만, 이는 효과적으로 사유 재산을 지킴으로써 기업집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주인 없는 조직은 순식간에 앙상한 뼈만 남는다는 사실을 더 설명해서 뭐할까.

부(富)가 일정한 수준까지 증가할수록 행복 수준도 점점 높아지지만 그 수준의 부를 넘어서면 행복 수준은 더 높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재벌 총수와 다른 개인 간에 그 일정한 수준의 부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는가. 평생 동안 다 쓸 수도 없는 부를 축적한 재벌 총수들이 기업을 유지하고 더 키우려는 것은 기업의 미래와 그 종사자들을 위한 것이다. 그것이 본래의 의도냐 아니면 결과적인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려움 속에서도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것은 건전한 시민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선 공약에 단골 메뉴로 등장한 것이 수당 지급이다. 수당이란 생산적인 일을 한 데 대한 보상이 아닌가. 그 이름부터 희한한 수당이 이런 식으로 확대 지급되면 한국은 가히 수당 천국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국민이 행복할까. 정부 수당이나 받아먹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노동력이 없거나 부족해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보조금 외의 각종 수당은 사람들을 천덕꾸러기로 만들어, 가난하더라도 품위 있게 사는 삶 자체를 파괴하게 된다. 기업들의 손발을 확실하게 묶어뒀으니 고작 생각하는 일자리가 공공부문이다. 그런데 부가가치는 주로 민간 산업에서 얻어진다는 사실을 더 이상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제시된 공약들을 모두 모으면 참으로 희한한 공약집이 될 것이다. 재정적 뒷받침도 문제지만 대선 주자들의 허약한 경제 인식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좌우의 문제로 식별하기에도 수준 미달이다. 대선 주자들은 퍼주기와 경제를 옥죄는 공약을 양산하지 말고 사람들이 어떻게 물질적·정신적 삶을 영위하는지부터 성찰하시라.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 교수 yykim@chonnam.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