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칼럼니스트 마이클 킨슬리는 42세에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을 선고받았다. CNN 정치토크쇼를 진행하고 뉴욕타임스 등 유력지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때였다. 남들로부터 동정의 시선을 받는 게 싫어 이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 들키지도 않기를 바랐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과연 노년이란 어떤 것인지 미리 알아보도록 명령받은 정찰병”으로서 늙는다는 것을 관찰하고 사유한다.

지난해 노년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65세가 된 킨슬리는 20여년 동안 남들보다 일찍 늙어가며 깨달은 ‘정찰병’의 경험을 담아 《처음 늙어보는 사람들에게》를 출간했다. 저자는 은퇴, 소외, 치매, 죽음 등 노년의 삶과 고민을 그와 동년배인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의 관점에서 시종 익살맞고 유쾌하게, 마치 해설자처럼 거리를 두고 써내려간다.

그는 연대와 참여, 책임을 이야기한다. 노년을 맞는 현명한 방법은 ‘홀로’가 아니라 ‘함께’ 겪어가는 것, 개인이 아니라 세대로서의 평판에 신경 쓰며 후손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저자는 “노년에게 과거는 빛나는 훈장이라기보다 현실을 현명하게 살아내는 경험과 풍부한 데이터로 작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영기 옮김, 책읽는수요일, 200쪽, 1만2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