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 총액이 1344조3000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 해 동안 141조원이 늘었고 4분기에만 47조원이 증가했다. 2014년 6.5%이던 증가율은 2015년 10.9%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작년에는 11.7%로 뛰었다. 특히 4분기엔 은행권에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강화되면서 제2금융권의 대출 증가율이 2015년에 비해 2배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그제 가계부채 총액을 발표한 뒤 온 나라가 갑자기 호들갑이다. 언론들이 외환위기와 닮았다느니, 사상 최악이니 하면서 앞장서자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을 긴급 소집해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고 경제부총리도 올해 ‘한 자릿수 증가’로 막아보겠다고 말했다.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건 분명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지도 모를 위험 신호다. 그러나 갑자기 생겨난 위험요인은 아니다. 무엇보다 가계대출 증가는 정책 요인이 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4년 7월 경기를 살린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을 각각 60%와 70%로 완화하면서 가계부채는 크게 늘기 시작했다. 은행 대출이 안 되면 당연히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으로 가게 돼 있는 건 누구라도 알 일이다.

일각에서는 월세 증가 등 주택시장 구조가 바뀌었고 그런 만큼 가계부채를 지나치게 우려할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주택임대업자 가운데 개인이나 개인임대사업자 비중이 90%가 넘는 만큼 이들이 대출한 주택구입 자금은 위험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가계 금융자산이 금융부채의 두 배를 넘고, 가계부채가 소득이 높은 계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내수부진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이란 주장도 많다. 주택담보대출 용도 가운데 21.1%와 5.9%가 각각 사업자금과 생활비였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경기가 좋아지고 경제가 살아나면 가계부채 얘기가 쏙 들어갈 수도 있다. 호들갑 끝에 세워지는 ‘특단 대책’이 사태를 더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