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과 미국이었으나 최근엔 호주가 1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월드웰스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로 이주한 순자산 100만달러(약 11억4000만원) 이상 부자는 1만1000여명이다. 그 전 해에도 8000여명으로 1위였다. 1년 새 3000여명이 늘었다.

호주가 인기를 끄는 것은 수준 높은 의료와 교육 시스템, 안전한 사회 환경, 자유로운 투자 기회, 아름다운 자연 덕분이다. 의료보험제도는 영국과 미국보다 잘 돼 있다. 공립병원 치료비가 거의 무료이고 의료진 수준도 최고다. 중동의 정치적 갈등이나 유럽의 난민 문제 등을 피할 수 있는 데다 한국, 싱가포르, 인도 등과 사업하기 좋은 여건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다.

중국과 인도 부호들이 특히 좋아한다. 예전엔 주식이나 채권 투자 위주였으나 요즘은 부동산 구입, 기업 설립·투자 방식으로 이민 패턴도 바뀌었다. 예를 들어 현지 와이너리에 투자하면서 와인뿐만 아니라 여행, 부동산 개발까지 겨냥하는 방식이다. 이민과 동시에 재산을 늘리는 ‘일석이조’ 투자 전략인 셈이다.

호주 다음으로 부자들이 많이 몰린 곳은 미국(1만여명)과 캐나다(8000여명)였다. 미국에는 전통적으로 중국과 영국, 인도인의 이민이 많다. 캐나다의 경우 유럽인은 동부의 토론토와 몬트리올을 선호하고 중국인은 서부 밴쿠버 지역을 주로 찾는다.

부자들이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국가는 프랑스다. 모두가 살아보고 싶어하는 문화예술의 나라치고는 의외다. 지난해에만 1만2000명 이상의 백만장자가 고국을 등졌다. 그 전 해에도 1만명을 넘겨 ‘불명예 1위’를 기록했다. 프랑스 갑부들의 엑소더스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집중됐다. 고질적인 좌우 대립과 종교적 갈등, 범죄와 테러의 위협, 가중되는 규제와 세금 문제가 이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소다.

프랑스의 뒤를 이은 건 중국이다. 갑부 9000~1만여명이 해마다 중국을 떠나고 있다. 예전에는 미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영국으로 많이 건너갔으나 요즘엔 호주, 미국, 캐나다로 몰리는 추세다. 포브스 중문판이 조사한 중국 부자들의 이민 선호 1위국도 호주다.

우리나라도 10명 중 7명이 “기회만 되면 이민을 가겠다”며 선호국으로 캐나다, 호주, 미국을 꼽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여행가고 싶은 나라’ 1위도 호주다. 드넓은 땅에 국민소득 6만달러, 행복지수 1위, 규제는 적고 기회는 많으니 돈과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