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억원을 들여 제작한 국정 역사교과서가 끝내 ‘무용지물’ 신세로 전락했다. 시험 삼아 올해 1년간 써보겠다는 학교조차 전국 1762개교(역사 과목 편성) 중 단 한 곳에 그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의 조직적인 방해 활동에 무기력한 교육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올해 주교재로 활용할 연구학교 신청을 마감한 결과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를 지정하기로 했다고 20일 발표했다. 경북항공고(영주)와 오상고(구미) 등 경북 내 2개 학교도 신청서를 냈지만 절차를 갖추지 못해 교육청 심의에서 탈락했다.

문명고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이 학교는 연구학교 철회를 주장하는 교내 목소리가 커지자 학부모 측에 23일까지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교육부는 속수무책이다. “전교조 등의 외압에다 서울 등 일부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신청하라는 공문조차 발송하지 않아 실적이 저조했다”는 식이다. 대책으로 내놓은 건 “국정교과서를 보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정도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지금도 교과서 외에 다양한 자료를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며 “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교육부가 직접 수요를 파악해 원하는 학교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교장 인사권을 쥔 교육청을 통해 연구학교를 신청하라고 했을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라며 “교육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등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국정 역사교과서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박동휘/임기훈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