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내통 의혹으로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후임자로 내정됐던 로버트 하워드 예비역 제독이 미국의 안보사령탑 자리를 고사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은 16일(현지시간) “해군 특전단인 네이비실 출신 하워드 제독이 NSC 보좌관 자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하워드 제독은 성명에서 “NSC 보좌관은 하루 24시간, 1주일 내내 집중하고 헌신해야 하는 자리인데 그와 같은 헌신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하워드 제독은 NSC에 자신의 사람들을 제대로 심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해 NSC 보좌관 자리를 사양했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플린 전 보좌관과 함께 NSC에 입성한 일부 간부가 자리를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하워드 제독이 마음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당초 백악관 주변에선 하워드 제독이 NSC 보좌관직을 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고사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가까운 사이인 하워드 제독은 백악관 NSC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군내외 및 정치권의 신망이 두터운 하워드 제독을 영입해 최근의 혼돈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것이다.

NYT 등 주요 언론은 하워드 제독이 NSC 보좌관을 고사하는 바람에 백악관 안보사령탑 공백 상태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차기 NSC 보좌관 후보로는 키스 켈로그 NSC 사무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4명을 상대로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유일하게 켈로그 사무총장의 실명만 거론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