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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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급락 사태로 된서리를 맞은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조기 상환의 걸림돌이 됐던 H지수가 1년 만에 30% 넘게 뛰어오르면서 2년 이상 묵은 상품들이 줄줄이 조기 상환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에서 주식으로 돈이 움직이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존 ELS 상환대금을 ELS에 재투자하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ELS는 주요국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금융상품으로 증시가 오르는 국면에 투자하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H지수 ELS가 되돌아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8거래일 동안 조기 상환된 ELS는 3조1005억원어치다. 2월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달(4조4543억원)의 70% 이상에 해당하는 상품이 조기 상환됐다. H지수가 11,000~14,000선이던 2015년과 지난해 초에 설정된 ELS 상품에 묶여 있던 자금이 한꺼번에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발행 시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지난 1월 ELS 발행액은 4조6385억원으로 집계됐다. H지수 폭락 사태로 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해 1월(2조9218억원)보다 60%가량 발행액이 늘었다. 기존 ELS 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상환대금을 새 상품을 사는 데 썼다는 해석이 나온다. 채권의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는 국면에서 ELS만한 대안이 드물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한 H지수 연계 ELS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1월에만 8000억원어치가 넘는 물량이 팔려나갔다. 2년 전 고점에 비하면 30%가량 여유가 있고 추가 상승 가능성도 높다는 증권사들의 설명이 투자자에게 먹히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H지수는 위안화 약세를 헤지(위험 분산)하기 위한 중국 본토 자금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ELS는 증권사가 발행하는 3년 만기 조건부 회사채로 볼 수 있다. 6개월마다 평가일에 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연 6~7% 안팎)를 되돌려주고 계약이 자동으로 종료된다. 발행 시점보다 기초자산 가격이 10%가량 떨어지지 않으면 계약 후 6개월 만에 원리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ELS 재투자 성공 가능성은

문제는 한 기초자산이라도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다. 이 경우 상환 시점이 6개월 더 미뤄진다. 1년 만에 원리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그 시점 지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해 이전에 발행된 ELS들이 2년 이상 상환되지 않았던 것은 2년 넘게 조기 상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전에 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만기까지 계약이 유지됐다면 녹인베리어(손실구간 시작점) 진입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녹인베리어를 한 번이라도 건드리면 ‘가입 시점 지수의 50% 이상’으로 여유가 있었던 만기상환 조건이 ‘가입 시점 지수의 80% 이상’처럼 빡빡한 조건으로 바뀐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손실폭이 큰 기초자산의 하락률만큼 원금을 떼인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ELS 투자를 망설이는 것은 지난해 초 홍콩 H지수 폭락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할 가능성 때문이다. 10회 투자하면 9회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10% 미만의 가능성이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어느 전문가도 이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해 주지는 못한다. 아무리 증시 전망이 좋다고 하더라도 6개월이나 1년 후 지수 수준이 어떨지를 예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의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가 다양해졌고 안전성을 보강한 상품도 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