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달러 강세와 맞물려 인기를 끈 환노출형 펀드(UH)들이 역풍을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 등에 환율전쟁을 선포하면서 주변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하락세로 돌아선 탓이다. 지난해 말 1200원을 웃돈 원·달러 환율도 1150원 선까지 조정을 받은 상태다. 환노출형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금리와 연동하는 미국 은행의 선순위 미담보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뱅크론 펀드의 경우 환노출형과 환헤지형(H)의 수익률 차이가 4%포인트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의 변수를 없앤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특별자산H’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0.35%로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환노출형 펀드(-4.57%)를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의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삼성미국다이나믹자산배분’도 마찬가지다. 환헤지형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12%로 양호하지만 환노출형의 수익률은 -2.26%에 불과하다.

중국 펀드 투자자들도 환율이 걱정스럽다. 주요 통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꾸준히 약세에 머물러 있어서다. 중국의 주가가 오르더라도 환차손으로 이익을 까먹는 국면이란 얘기다.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는 환헤지가 된 상품이라 하더라도 원화와 달러에 대해서만 헤지가 이뤄진다. 달러와 위안화는 비용 탓에 헤지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H’ 표시가 돼 있는 상품도 ‘반쪽 헤지’ 상품이란 얘기다. ‘삼성중국본토중소형포커스’는 환헤지형이 연초 이후 2.59%, 노출형이 -2.31%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UH 펀드는 환율 피해를 이중으로 당했다고 보면 된다.

전문가들은 환노출형 펀드 가입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오는 4월로 예정된 미국의 환율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환율이 널뛸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4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약달러 기조가 더 이어질 수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