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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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투자자들을 악몽으로 내몰았던 마스터합작회사(MLP)펀드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유가 상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프라 정책에 대한 기대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MLP펀드는 셰일가스와 원유 저장시설이나 송유관 등 에너지 인프라와 연계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유가나 경기에 따라 수익률이 오르내리는 특성이 있다.

유가 상승과 함께 되살아나는 MLP펀드

14일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입할 수 있는 5개 MLP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평균 47.49%에 달한다. 올 들어서도 평균 5.2%의 수익률을 올리며 투자자들을 미소 짓게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 펀드와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 펀드다. 이 두 상품의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49.47%, 47.16%다.

2014년 선보인 이 펀드들은 출시 초기 2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모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최고 106달러까지 치솟던 시기다. 유가가 내림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해 하반기. 2015년 초에는 40달러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2월에는 26달러까지 고꾸라졌다.
유가 하락은 펀드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줬다. 2015년 한 해 동안 이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34.85%로 급락했다. 인프라 시설에 투자하는 MLP는 원유 가격에 직접 영향을 받는 자산이 아니다. 하지만 유례없는 유가 급락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이상으로 가격이 내려갔다는 분석이다.

수익률의 반등은 지난해 2월부터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시작됐다. 지난 10일 기준 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52.86달러다. 1년 전에 비해 약 50% 상승했다. 최재혁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는 “올 들어 국제 유가가 안정돼 악재는 사라진 상태”라며 “그동안 에너지 기업들이 비용절감 등을 통해 손익분기점 자체를 낮추는 등 내실이 더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책도 호재

트럼프 대통령의 인프라 정책과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 역시 MLP펀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가 공약으로 내세운 △원유 등 화석연료 생산 확대 △인프라 1조달러 투자 △파리기후협약 폐기 등 환경규제 완화안 등이 MLP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승인을 거부해온 대형 송유관 프로젝트인 ‘키스톤 XL 송유관’ ‘다코타 대형 송유관’ 등의 신설을 승인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MLP펀드를 위탁 운용하는 미국 쿠싱자산운용의 존 머스그레이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불필요한 규제 철폐와 인프라 투자 확대, 미국 내 에너지 생산 확대 등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에 둔 정책으로 에너지산업이 활황세를 띨 것”이라며 “파이프라인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상장된 MLP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펀드 수익률에 보탬이 될 재료다. 미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MLP는 고속도로 운영과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경기가 좋을수록 에너지 수송량이 늘어나고 MLP의 운송수수료도 증가한다는 얘기다. 머스그레이브 CIO는 “역사적으로 볼 때 경기가 호전되는 금리인상기에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 에너지 인프라 분야가 좋은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