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 추세에도 주식 파는 외국인…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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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방향성 예측 힘들어지자 "일단 팔자" 외국인 매물 쏟아져
환율보단 개별기업 실적에 민감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나서자 외국인 3558억 매도 '차익실현'
하이닉스 'UBS 충격'에 5% 급락
환율보단 개별기업 실적에 민감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나서자 외국인 3558억 매도 '차익실현'
하이닉스 'UBS 충격'에 5% 급락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추세인데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한국 주식을 팔고, 환율이 떨어지면 산다’는 평소 외국인들의 투자 패턴과 상반되는 흐름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율 방향보다는 글로벌 정치 리스크에 따른 환율 변동성에 민감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달라진 1~2월 분위기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344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5%가량 떨어져 환차익 매력이 생겼지만 지난달(1조5004억원 순매수)과 달리 매도세로 돌아섰다. 통상 달러 약세·원화 강세일 때 순매수를 하던 외국인 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온다는 통념과는 다르다. 지난해 9월 초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90원에서 12월 말 1212원까지 치솟을 때도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2조6500억원어치의 주식 순매수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강세에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는 이유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일단 환차익을 실현하고 보자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특히 삼성전자 주식 355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체 순매도의 100%가 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한 자사주 매입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000년 이후 총 15차례 자사주를 사들였는데 이 중 11번은 외국인이 평균 94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이 주주 가치 제고 기대로 주가가 오르는 자사주 매입 시기를 차익실현 기회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개별 기업 악재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도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는 10일 2700원(5.12%) 떨어진 5만원에 장을 마쳤다. UBS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341만2300여주를 대거 내놨기 때문이다. UBS가 전날 리포트를 통해 “SK하이닉스 실적이 올해 고점을 찍은 뒤 떨어질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영향이 컸다.
◆외국인, 언제까지 팔까
외국인이 과거보다 개별 기업 실적에 민감해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건 자국 보호주의와 약달러 기조는 국내 수출 기업 실적에는 악재”라며 “달러 약세로 누릴 수 있는 환차익보다 대형 수출주 주가가 떨어져 입는 손실이 더 크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세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환율 외에도 경기 회복 기대와 글로벌 주식시장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투자를 결정한다”며 “미국 경기 회복세, 중국 수출 증가 등 국내 경제 회복 요인이 다양해 외국인 자금이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자금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서려면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과 해외 정치 리스크 해소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조기 대선 시행 등 외국인이 시각을 바꿀 만한 국내 정치 변수는 제대로 판단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라며 “당분간 외국인 수급은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달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중국 양회, 4월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 등 글로벌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달라진 1~2월 분위기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344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5%가량 떨어져 환차익 매력이 생겼지만 지난달(1조5004억원 순매수)과 달리 매도세로 돌아섰다. 통상 달러 약세·원화 강세일 때 순매수를 하던 외국인 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온다는 통념과는 다르다. 지난해 9월 초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90원에서 12월 말 1212원까지 치솟을 때도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2조6500억원어치의 주식 순매수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강세에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는 이유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일단 환차익을 실현하고 보자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특히 삼성전자 주식 355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체 순매도의 100%가 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한 자사주 매입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000년 이후 총 15차례 자사주를 사들였는데 이 중 11번은 외국인이 평균 94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이 주주 가치 제고 기대로 주가가 오르는 자사주 매입 시기를 차익실현 기회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개별 기업 악재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도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는 10일 2700원(5.12%) 떨어진 5만원에 장을 마쳤다. UBS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341만2300여주를 대거 내놨기 때문이다. UBS가 전날 리포트를 통해 “SK하이닉스 실적이 올해 고점을 찍은 뒤 떨어질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영향이 컸다.
◆외국인, 언제까지 팔까
외국인이 과거보다 개별 기업 실적에 민감해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건 자국 보호주의와 약달러 기조는 국내 수출 기업 실적에는 악재”라며 “달러 약세로 누릴 수 있는 환차익보다 대형 수출주 주가가 떨어져 입는 손실이 더 크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세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환율 외에도 경기 회복 기대와 글로벌 주식시장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투자를 결정한다”며 “미국 경기 회복세, 중국 수출 증가 등 국내 경제 회복 요인이 다양해 외국인 자금이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자금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서려면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과 해외 정치 리스크 해소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조기 대선 시행 등 외국인이 시각을 바꿀 만한 국내 정치 변수는 제대로 판단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라며 “당분간 외국인 수급은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달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중국 양회, 4월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 등 글로벌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