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10일로 64일째다. 64일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기간이다.

황 대행은 고 전 대행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고 전 대행이 ‘로우 키(low-key)’ 행보였다면 황 대행은 국정 전면에 나섰다. 대북 강경노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문제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했다.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도 과시했다.

고 전 총리가 권한대행 역할을 ‘최소화’한 반면 황 대행은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고 전 대행이 국무회의(화요일)와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수요일) 정도를 챙긴 반면 황 대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구제역·AI 점검회의, 안전 관계장관회의, 테러 대책회의, 사회적 약자보호 관계장관회의 등을 수시로 주재하고 있다. 두 달여간 황 대행이 주재한 회의만 36차례에 이른다.

가장 확연한 차이는 현장 행보다. 고 전 대행의 현장 행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반면 황 대행은 중소기업 쪽방촌 전통시장 파출소 다문화가족 방문 등 두 달여간 총 31차례, 이틀에 한 번꼴로 민생현장을 찾았다. 직무정지되기 전 박 대통령의 현장 방문 횟수보다 많다. 민생현장을 누비는 황 대행의 ‘광폭 행보’는 야권으로부터 대선주자 행보라는 비판까지 불러왔다. 총리실 관계자는 “권한대행 이전에도 꾸준하게 현장 행보를 해왔고 최근 민생현장 점검도 그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고 전 대행은 대행 기간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지만 황 대행은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가결 이후인 지난해 12월27일, 29일 두 차례에 걸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올 들어 1월23일엔 신년 기자회견까지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고 전 대행이 당시 ‘로우 키’ 행보를 보인 것은 정권 전반기인 데다 노 전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 아니었겠냐”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