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밀가루 없는 빵 드셔보실래요?" 25살 사장님의 '간판 없는 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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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텐 민감증 앓다가 직접 '글루텐 프리' 빵집 창업
오픈 2달만에 월매출 2천만원…'써니과자점' 송성례 대표
오픈 2달만에 월매출 2천만원…'써니과자점' 송성례 대표
[ 조아라 기자 ] "남들 흔히 먹는 생일 케이크 하나 제대로 못 먹었어요. 유전적으로 글루텐(Gluten) 민감증이 있어서 밀가루로 만든 빵은 피할 수밖에 없었죠. 어릴 적 몰래 밀가루 없이 만든 빵을 먹곤 했던 기억을 되새겨 비슷한 식감의 글루텐 프리(Gluten-free) 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가게 운영비 정도만 벌었으면 싶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네요. (웃음)"
지난 7일 경기도 구리에서 만난 대학생 사장님은 밝고 당찼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정확히 알았고 실행에 옮겼다. 주체적이었다. 올해 학교(세종대 영어영문학과)를 휴학하고 창업한 써니과자점 대표 송성례 씨(25·사진)의 이야기다.
글루텐은 밀, 보리 등에 들어있는 단백질 성분이다. 특이체질인 사람이 먹으면 문제를 일으킨다. 송 씨가 그랬다. 빵이 너무 먹고 싶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을 따라 글루텐 없는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빵 레시피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그러자 하루 10만 명씩 블로그를 찾았고 '무료 빵 나눔' 게시글에는 댓글이 1000개씩 달렸다.
"블로그에 글루텐 프리 빵 레시피를 올렸는데 식이장애나 당뇨병을 앓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죠. 그분들 덕분에 지금 써니과자점이 잘 되고 있네요."
글루텐 프리 빵을 만들어 나눠주던 송 씨는 사업화해도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본격 창업에 나섰다. 빵집 이름은 자신의 영어 이름 '써니(Sunny)'에서 따왔다.
지난해 10여 개 교내 창업경진대회를 휩쓸며 받은 상금 1000만 원이 창업 밑천이 됐다. 여기에 송 대표의 자취방 보증금 등을 얹어 3000만 원을 모아 가게를 열었다. 월세가 저렴한 지역을 찾다 보니 서울에서 구리까지 왔다.
하지만 위치는 크게 상관 없었다. 문 연 지 두 달밖에 안 된 써니과자점은 2000만 원 가까운 월 매출을 올리고 있다. 8평(약 26.5㎡) 남짓한 공간에 직원 2명을 두고 온·오프라인 영업을 병행한 덕분이다.
"온라인 판매를 개시했는데 10분 만에 매진됐어요. '수강신청'이라고 불릴 만큼 인기 있었죠. 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반죽해 빵을 만듭니다. 빵에 들어가는 레몬을 직접 손질하고 아몬드우유도 매일 만들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해요. 빵 하나 만드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너무 커 제품은 한정 수량만 팔고 있죠."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간식거리로 써니과자점 빵을 주문하는 주부들이 많다고 했다. 송 씨도 보람을 느낀다. "처음엔 근육통이 심했어요. 대신 써니과자점의 모든 빵은 밀가루, 유제품, 흰 설탕 등이 일체 들어가지 않는 '진정한 글루텐 프리 빵'이라고 자부합니다." 써니과자점은 간판이 없다. 일부러 달지 않았다고 했다. 가게 문을 열었더니 2~3시간 만에 만든 빵이 동났다. 간판까지 달면 손님이 더 몰릴 것 같았다. 송 씨는 "밀가루 빵도 먹을 수 있는 사람들보다는 저처럼 글루텐 프리 빵밖에 못 먹는 사람들에게 우선 기회를 드리고 싶다"고 귀띔했다.
그는 "매일 만든 빵을 시식하면서 맛과 모양을 평가한다. 먹어보고 이상반응이 없는지, 새로 투입된 재료는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전했다. "다른 가게 빵도 먹어보는데 가끔 '글루텐 프리'를 표방했지만 지식이 부족해 잘못 만드는 경우도 있더라. 밀가루만 안 들어가면 글루텐 프리 빵인 줄 알았던 것 같다"라고도 했다.
"써니과자점의 최대 강점은 주인에게 글루텐 민감증이 있는 것"이라고 송 씨는 말했다. 글루텐 민감증을 앓는 고객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맞춤형 빵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송 씨는 최대한 많은 종류의 빵을 만들려고 힘쓴다. 주말이면 케이크를 만들고 남는 시간에는 요리 동영상, 다큐멘터리 등을 본다. 매번 새로운 글루텐 프리 빵을 만들기 위해서다. 직원들과 함께 인근 빵집 탐방도 다닌다. 좋은 아이디어는 그때그때 수첩에 적어둔다. 이런 노력을 모아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 써니과자점은 지금까지 36가지 빵을 선보였다.
"사실 개업 초기에는 실수도 많았어요. 하지만 고등학생일 때부터 블로그에서 저를 지켜본 고객들의 응원이 힘이 됐습니다. 항상 저를 믿어주고 다독여주는 고객들에게 '선물'을 드린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빵값은 일반 빵집보다 비싼 편이다. 밀가루 대신 사용하는 재료 값이 일반 밀가루의 10배나 되기 때문이다. 남기는 마진도 크지 않다. 송 씨는 "원재료 부담이 워낙 커서 포장도 최대한 간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송 씨의 원래 꿈은 가수였다. 미국에서 11년간 살았던 그는 하고자 했던 음악이 한국 정서에 맞아 한국행을 결정했다. 대학 입학 후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인디밴드 보컬로도 활동했지만 개인 사정상 그만뒀다. 하지만 그때 만난 소속사 직원들은 지금도 써니과자점의 응원군으로 남았다.
"앞으로의 제 꿈은 국내 글루텐 프리 빵 시장을 키우는 겁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슈퍼마켓에서도 글루텐 프리 빵을 사서 먹을 수 있도록 유통망을 넓혀갈 생각이에요. 건강한 빵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어서요. 그 다음엔 빵을 비롯해 피자, 파스타, 디저트까지 모든 요리가 글루텐 프리인 레스토랑도 열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 꿈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죠."
구리=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지난 7일 경기도 구리에서 만난 대학생 사장님은 밝고 당찼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정확히 알았고 실행에 옮겼다. 주체적이었다. 올해 학교(세종대 영어영문학과)를 휴학하고 창업한 써니과자점 대표 송성례 씨(25·사진)의 이야기다.
글루텐은 밀, 보리 등에 들어있는 단백질 성분이다. 특이체질인 사람이 먹으면 문제를 일으킨다. 송 씨가 그랬다. 빵이 너무 먹고 싶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을 따라 글루텐 없는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빵 레시피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그러자 하루 10만 명씩 블로그를 찾았고 '무료 빵 나눔' 게시글에는 댓글이 1000개씩 달렸다.
"블로그에 글루텐 프리 빵 레시피를 올렸는데 식이장애나 당뇨병을 앓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죠. 그분들 덕분에 지금 써니과자점이 잘 되고 있네요."
글루텐 프리 빵을 만들어 나눠주던 송 씨는 사업화해도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본격 창업에 나섰다. 빵집 이름은 자신의 영어 이름 '써니(Sunny)'에서 따왔다.
지난해 10여 개 교내 창업경진대회를 휩쓸며 받은 상금 1000만 원이 창업 밑천이 됐다. 여기에 송 대표의 자취방 보증금 등을 얹어 3000만 원을 모아 가게를 열었다. 월세가 저렴한 지역을 찾다 보니 서울에서 구리까지 왔다.
하지만 위치는 크게 상관 없었다. 문 연 지 두 달밖에 안 된 써니과자점은 2000만 원 가까운 월 매출을 올리고 있다. 8평(약 26.5㎡) 남짓한 공간에 직원 2명을 두고 온·오프라인 영업을 병행한 덕분이다.
"온라인 판매를 개시했는데 10분 만에 매진됐어요. '수강신청'이라고 불릴 만큼 인기 있었죠. 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반죽해 빵을 만듭니다. 빵에 들어가는 레몬을 직접 손질하고 아몬드우유도 매일 만들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해요. 빵 하나 만드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너무 커 제품은 한정 수량만 팔고 있죠."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간식거리로 써니과자점 빵을 주문하는 주부들이 많다고 했다. 송 씨도 보람을 느낀다. "처음엔 근육통이 심했어요. 대신 써니과자점의 모든 빵은 밀가루, 유제품, 흰 설탕 등이 일체 들어가지 않는 '진정한 글루텐 프리 빵'이라고 자부합니다." 써니과자점은 간판이 없다. 일부러 달지 않았다고 했다. 가게 문을 열었더니 2~3시간 만에 만든 빵이 동났다. 간판까지 달면 손님이 더 몰릴 것 같았다. 송 씨는 "밀가루 빵도 먹을 수 있는 사람들보다는 저처럼 글루텐 프리 빵밖에 못 먹는 사람들에게 우선 기회를 드리고 싶다"고 귀띔했다.
그는 "매일 만든 빵을 시식하면서 맛과 모양을 평가한다. 먹어보고 이상반응이 없는지, 새로 투입된 재료는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전했다. "다른 가게 빵도 먹어보는데 가끔 '글루텐 프리'를 표방했지만 지식이 부족해 잘못 만드는 경우도 있더라. 밀가루만 안 들어가면 글루텐 프리 빵인 줄 알았던 것 같다"라고도 했다.
"써니과자점의 최대 강점은 주인에게 글루텐 민감증이 있는 것"이라고 송 씨는 말했다. 글루텐 민감증을 앓는 고객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맞춤형 빵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송 씨는 최대한 많은 종류의 빵을 만들려고 힘쓴다. 주말이면 케이크를 만들고 남는 시간에는 요리 동영상, 다큐멘터리 등을 본다. 매번 새로운 글루텐 프리 빵을 만들기 위해서다. 직원들과 함께 인근 빵집 탐방도 다닌다. 좋은 아이디어는 그때그때 수첩에 적어둔다. 이런 노력을 모아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 써니과자점은 지금까지 36가지 빵을 선보였다.
"사실 개업 초기에는 실수도 많았어요. 하지만 고등학생일 때부터 블로그에서 저를 지켜본 고객들의 응원이 힘이 됐습니다. 항상 저를 믿어주고 다독여주는 고객들에게 '선물'을 드린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빵값은 일반 빵집보다 비싼 편이다. 밀가루 대신 사용하는 재료 값이 일반 밀가루의 10배나 되기 때문이다. 남기는 마진도 크지 않다. 송 씨는 "원재료 부담이 워낙 커서 포장도 최대한 간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송 씨의 원래 꿈은 가수였다. 미국에서 11년간 살았던 그는 하고자 했던 음악이 한국 정서에 맞아 한국행을 결정했다. 대학 입학 후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인디밴드 보컬로도 활동했지만 개인 사정상 그만뒀다. 하지만 그때 만난 소속사 직원들은 지금도 써니과자점의 응원군으로 남았다.
"앞으로의 제 꿈은 국내 글루텐 프리 빵 시장을 키우는 겁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슈퍼마켓에서도 글루텐 프리 빵을 사서 먹을 수 있도록 유통망을 넓혀갈 생각이에요. 건강한 빵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어서요. 그 다음엔 빵을 비롯해 피자, 파스타, 디저트까지 모든 요리가 글루텐 프리인 레스토랑도 열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 꿈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죠."
구리=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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