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만의 톡톡 튀는 연극 '하녀들' '갈매기' 비수기 관객 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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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들' 19일까지 30스튜디오서 '갈매기' 9~26일 게릴라극장 공연
연극 비수기로 꼽히는 요즘 연희단거리패 공연은 늘 만석이다. 이 극단을 상징하는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와 혜화동 게릴라극장은 매진 행렬에 힘입어 앙코르 공연도 하고 있다. 오는 19일까지 30스튜디오에서 공연하는 ‘하녀들’, 9일부터 26일까지 게릴라극장에서 앙코르 공연하는 ‘갈매기’ 얘기다. 각각 연희단거리패만의 색깔로 연출한 고전 명작이다.
◆전복을 꿈꾸는 하녀들의 은밀한 반란
프랑스 극작가 장 주네(1910~1986)가 1946년 발표한 희곡 ‘하녀들’은 부조리극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연출로 2002년 초연한 이후 15년 동안 사랑받아온 작품이기도 하다. 희곡은 프랑스에서 7년간 모신 여주인을 살해한 ‘빠빵 자매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두 하녀는 억압과 구속에 대한 반란을 꿈꾸며 여주인을 살해하는 상상을 담은 은밀한 연극 놀이를 시작한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대한 전복과 해방은 극 중 연극 속에서만 완성되고, 현실에서 이를 실현하려던 꿈은 좌절된다. 결국 하녀들의 욕망은 자기 구원과 해탈이라는 정신적인 형태로 표출된다.
부조리극이지만 극은 어렵지 않다. 이 예술감독의 깊이 있고 섬세한 연출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올해 처음으로 하녀들을 맡은 김아라나(쏠랑쥬), 서혜주(끌레르) 등 젊은 여배우들의 발견도 인상적이다. 마담 역을 맡은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짧은 등장에도 객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그는 2002년 초연 당시 쏠랑쥬 역을 맡았다. 끌레르가 자신을 구원하는 마지막 장면은 극장을 나오고 나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사랑할수록 잔인해지는 삶의 아이러니
연희단거리패표 ‘갈매기’는 배우들의 페이소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 대표의 본격적인 연출 데뷔작으로, 2015년 초연했다. 연극은 심각한데 우스꽝스럽고, 사랑할수록 잔인해지는 삶의 아이러니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전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적극적인 해석으로 인물의 성격과 관계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예술을 둘러싼 신·구세대의 대립과 등장인물의 애증 관계를 인물의 시선이나 행동으로 직접 드러냈다. 극의 백미는 유명 여배우이자 뜨레블레프의 어머니인 아르까디나(황혜림)와 명성 있는 작가 트리고린(이원희)이 고향을 떠나는 장면이다. 여기서 배우들은 무대를 가로지르며 서로가 서로를 쫓아간다. 각자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향해 뛰어가지만 만나지 못한다. 일방향적인 동선은 등장인물들의 엇갈린 관계,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극적으로 표현해낸다.
뜨레블레프 역을 맡은 윤정섭과 아르까디나 역을 맡은 황혜림의 강렬한 연기가 일품이다. 모든 배우의 존재감이 살아 숨쉬는 작품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전복을 꿈꾸는 하녀들의 은밀한 반란
프랑스 극작가 장 주네(1910~1986)가 1946년 발표한 희곡 ‘하녀들’은 부조리극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연출로 2002년 초연한 이후 15년 동안 사랑받아온 작품이기도 하다. 희곡은 프랑스에서 7년간 모신 여주인을 살해한 ‘빠빵 자매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두 하녀는 억압과 구속에 대한 반란을 꿈꾸며 여주인을 살해하는 상상을 담은 은밀한 연극 놀이를 시작한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대한 전복과 해방은 극 중 연극 속에서만 완성되고, 현실에서 이를 실현하려던 꿈은 좌절된다. 결국 하녀들의 욕망은 자기 구원과 해탈이라는 정신적인 형태로 표출된다.
부조리극이지만 극은 어렵지 않다. 이 예술감독의 깊이 있고 섬세한 연출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올해 처음으로 하녀들을 맡은 김아라나(쏠랑쥬), 서혜주(끌레르) 등 젊은 여배우들의 발견도 인상적이다. 마담 역을 맡은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짧은 등장에도 객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그는 2002년 초연 당시 쏠랑쥬 역을 맡았다. 끌레르가 자신을 구원하는 마지막 장면은 극장을 나오고 나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사랑할수록 잔인해지는 삶의 아이러니
연희단거리패표 ‘갈매기’는 배우들의 페이소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 대표의 본격적인 연출 데뷔작으로, 2015년 초연했다. 연극은 심각한데 우스꽝스럽고, 사랑할수록 잔인해지는 삶의 아이러니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전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적극적인 해석으로 인물의 성격과 관계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예술을 둘러싼 신·구세대의 대립과 등장인물의 애증 관계를 인물의 시선이나 행동으로 직접 드러냈다. 극의 백미는 유명 여배우이자 뜨레블레프의 어머니인 아르까디나(황혜림)와 명성 있는 작가 트리고린(이원희)이 고향을 떠나는 장면이다. 여기서 배우들은 무대를 가로지르며 서로가 서로를 쫓아간다. 각자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향해 뛰어가지만 만나지 못한다. 일방향적인 동선은 등장인물들의 엇갈린 관계,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극적으로 표현해낸다.
뜨레블레프 역을 맡은 윤정섭과 아르까디나 역을 맡은 황혜림의 강렬한 연기가 일품이다. 모든 배우의 존재감이 살아 숨쉬는 작품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