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대한 기대를 키워주는 지표가 또 하나 추가됐다. 1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11.2% 늘었다는 소식이다. 3개월 연속 플러스요, 근 5년 만의 최고 증가율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기업이익, 탄탄한 4분기 성장률, 코스피 2000 돌파, 설비투자 증가 등과 흐름을 같이하는 기분 좋은 지표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에서 포착된 신호여서 반가움은 더 크다.

1월 수출은 내용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수출물량 증대가 동반됐다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석유화학제품 위주로 물량이 늘어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했다. 부진하던 신흥국에서의 선전도 돋보인다. 베트남 인도 CIS 아세안으로의 수출이 20~40%씩 급증했다. 중동지역 수출도 상승 반전했다. 수입 증가율이 동반 상승한 점도 희소식이다. 1월 한 달 자본재와 중간재 수입은 각각 15.7%와 7.3% 늘었다. 투자 회복 시그널이다.

세계 경제 역시 턴어라운드 조짐이 뚜렷하다. IMF는 최근 미국 EU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올 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엊그제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역시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지표가 개선됐다는 표현을 성명서에 추가했다. 미국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2년 만의 최고치다. 유로존 흐름도 양호하다. 유로존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5%다. 2분기 0.3%, 3분기 0.4%에서 상승 추세다. 일본 경제도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엊그제 ‘경기선순환이 지속될 것’이라며 올 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1.5%로 높였다. 1월 한 달간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증시가 5% 이상 달아올랐다.

우리는 과연 글로벌 경기 흐름을 제대로 판독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자칫 비관론에 함몰돼 단기 부양책에 매몰되면 실수가 될 가능성도 있는 국면이다. 한국은행도 가계부채와 경기 하방 위험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년여 만의 최고다. 장기적 성장동력의 침강과 단기적 경기 흐름의 호조는 분명히 서로 다른 대응을 요구한다.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