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31일 서울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31일 서울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빅텐트론’이 난관에 봉착했다. ‘대통합’ ‘진보적 보수’ 화두를 내건 반 전 총장이 제3지대 세력들을 두루 만났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화려한 귀국’에 걸맞은 ‘컨벤션 효과(큰 이벤트 뒤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31일 서울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선 전 개헌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모든 정당과 정파 대표들로 개헌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개헌 빅텐트’ 불씨 살리기 차원이다. 반 전 총장은 “정권교체, 그 뒤에 숨은 패권 추구 욕망을 더 이상 감추려 해선 안 된다”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한 뒤 이같이 밝혔으나 여야 모두 “정치공학적이다. 관심 없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개헌 연대’ 추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광장의 민심이 초기의 순수한 뜻보다는 변질된 면이 없지 않다”며 “시위 현장에서 나오는 플래카드나 구호 등이 내 생각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촛불 민심의 뜻과는) 다른 요구들이 (시위 현장에서) 많이 나오고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7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29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30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잇달아 만났지만 연대에 대해 견해차만 확인했다. 손 의장은 반 전 총장에게 “보수적인 정치 세력에 기반을 둔 구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반 전 총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간 연대 가능성에 대해 “출발도 다르고 텐트 종류도 다르다”며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분 저분 만나면서 텐트를 치는 것 같은데 텐트 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반면 반 전 총장을 제외한 다른 제3세력 연대 논의는 탄력을 받고 있다. 안 전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30일 비공개 회동에서 연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 대표는 손 의장 및 정 전 총리와의 연대에 대해 “거의 확정적”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 지지율은 하락세다. 한국경제신문과 MBC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 전 총장 지지율은 16.3%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29~30일 조사 때 19.7%에서 3.4%포인트 떨어졌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 전 총장 지지율이 떨어진 데 대해 전문가들은 이른바 ‘반반(半半)전략’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보수적 가치나 지향점들을 내놓고 여기에 동의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같이 가자고 밀어붙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인 방향성 없이 ‘진보적 보수’만 갖고 가서는 안 된다고 홍 교수는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이 결국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기반으로 한 보수대연합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홍영식 선임기자/박종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