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퀄컴, 애플의 묘한 삼각관계가 삐걱대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경쟁하면서도 부품과 특허,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을 주고받으며 공생해온 이들 3개사는 최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퀄컴에 대한 제재를 계기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오월동주(吳越同舟)해온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물고 물리는 '애증관계'…삼성·애플·퀄컴 다시 파열음
퀄컴은 작년 12월28일 공정위로부터 1조300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부당한 계약조건 금지 등)을 받았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에 스마트폰 값의 3~5%에 이르는 과도한 특허료를 요구하고 특허 끼워팔기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퀄컴은 서울고등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작년 4분기 순이익은 과징금을 반영한 탓에 전년 동기보다 54% 폭락한 6억82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 17일에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일부 스마트폰 업체에 불리한 특허료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했다’는 이유로 연방법원에 제소당했다.

퀄컴은 잇단 한·미 정부의 결정 배경에 삼성전자와 애플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허료 재협상이 이뤄지면 가장 이익을 볼 곳이 삼성전자와 애플이다.

애플은 양국 정부 결정이 나오자 퀄컴에 대한 소송에 나섰다. 애플은 “퀄컴이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10억달러를 청구하는 소송을 20일 미국에서 제기한 데 이어 23일엔 중국에서도 2건의 소송을 냈다. 애플은 “한국 공정위 조사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퀄컴이 10억달러의 특허료 할인금액을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갈등이 심해지고 있지만 원래 이들 3개사는 서로 간의 의존도도 높다. 삼성전자는 퀄컴이 개발한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통신특허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장했다. 2012년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에게 삼성 최고의 영예인 ‘삼성인상’을 주기도 했다. 최근엔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의존하고 있다. 삼성은 2007년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파운드리를 맡겨오던 애플이 2013년 대만 TSMC로 옮겨가자 대신 퀄컴의 AP 파운드리를 따내 위기를 탈출했다. 하지만 삼성 파운드리에서 만들어진 퀄컴의 스냅드래곤 AP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AP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삼성은 퀄컴 측 특허료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몇 년 전 독자 통신칩을 개발할 때 퀄컴에서 특허 사용을 제한해 어려움을 겪은 기억도 갖고 있다.

퀄컴과 애플도 협력 관계다. 애플은 아이폰 등에 퀄컴 통신칩을 써왔다. 지난해 일부 아이폰7에 인텔이 생산한 통신칩을 넣었다가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퀄컴은 애플에 통신칩을 팔고, 특허료도 받아왔다. 하지만 애플 스마트폰이 잘 팔리면 상대적으로 스냅드래곤 AP를 탑재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드는 간접적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삼성과 애플의 애증 관계는 잘 알려져 있다. 애플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삼성에서 구매해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생산해왔다. 2011년 특허 소송을 건 뒤 부품 구매를 대폭 줄였지만 올해 다시 삼성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아이폰에 넣기로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