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미국)가 18개월 만에 치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 첫 날 받은 성적표다. 우즈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PGA투어 파머스인슈런스오픈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5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4오버파 76타를 쳤다. 순위는 공동133위.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우즈는 당장 커트 통과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즈는 2015년 8월 윈덤 챔피언십 이후 18개월 간 투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우즈의 복귀전을 보기 위해 평일에도 주말 못지않은 엄청난 갤러리가 모여들었다. 하지만 우즈의 샷은 갤러리들이 기대한 최고 수준은 아니었다. 특히 티샷 정확도가 문제였다. 이날 우즈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30%에도 못 미쳤다. 한 때 투어 최고이던 그린 적중률로 형편없었다. 정규타수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린 홀은 절반인 9개에 그쳤다. 후반 들어선 체력이 떨어진 듯 집중력과 샷이 모두 나빠졌다. 첫 홀부터 우즈는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렸다.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도 오른쪽으로 비켜갔다. 5m 파퍼트가 빗나가 보기를 적어냈다. 2번홀(파4)에서는 기막힌 벙커샷, 5번홀(파4)에서는 멋진 플롭샷으로 파를 지켰다.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1.5m에 붙여 첫 버디를 잡아내자 코스는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11번홀(파3)에서 또 한 번 버디 퍼트를 집어넣자 열기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우즈는 12번홀부터 무너졌다. 티샷이 자꾸만 왼쪽으로 당겨졌다. 12번홀(파4)에서 그린을 놓쳐 1타를 잃었고 13번(파5)에서는 3퍼트 보기를 저질렀다. 14번홀(파4)에서는 파퍼트가 홀을 돌아 나오는 불운까지 겹쳤다. 3개홀 연속 보기를 적어낸 뒤 맞은 15번홀(파4)에서 우즈는 치명타를 입었다. 드라이버 티샷이 왼쪽 해저드에 빠뜨렸다. 네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와 2타를 잃었다. 우즈는 “(투어 대회는) 그동안 집 근처에서 연습할 때와 많이 달랐다”며 “경기 속도는 느리고 그린은 젖어있고 날씨는 추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미국 ESPN 제이슨 소벨은 “티샷이 자꾸 빗나간다. 아직 일관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칼럼니스트 봅 해리그는 “작년 12월 히어로월드챌린지 때보다 드라이버샷이 더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티샷이 빗나가고 아이언을 제대로 치지 못했고 3퍼트 실수를 저질렀다. 힘이 슬슬 빠져서 힘겹게 버텼다”며 “최고의 샷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잘 넘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우즈와 동반 플레이를 치른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도 부진했다. 버디 5개를 잡았지만 보기도 6개를 범해 공동96위(1오버파 73타)에 머물렀다. 작년 상금왕 더스틴 존슨(미국)도 공동77위(이븐파 72타)로 첫 날을 마무리했다.
선두는 이글 2개와 버디 6개에 보기 3개를 곁들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차지했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로즈는 소니오픈 준우승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