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작성 총괄한 '건전콘텐츠 TF'는 청와대 지시로 구성"…유진룡 전 장관 헌재 증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체육관광부의 ‘건전콘텐츠 태스크포스(TF)’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구성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61·사진)은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청와대로부터 ‘좌파인사 지원 배제’ 명단이 적힌 문서를 전달받고 TF팀 형식의 관련 기구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유 전 장관은 “2014년 6월 김소영 전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문서를 전달받고 (문체부 소속) 1급 공무원들로 구성한 기구가 TF 맞느냐”는 이진성 재판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TF가 구성될 때 (장관직을) 그만두기로 생각했다”며 “영화 ‘변호인’에 대한 지원으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질책하자 신용원 콘텐츠실장이 그에 책임지고 강제 퇴직한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장관 본인의 면직과 신 실장 등 1급 공무원 6명의 일괄 사퇴가 TF의 소극적 활동과 관련 있다는 증언이다. 유 전 장관은 변론 참석에 앞서 취재진에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문체부 찍어내기 인사가 분명히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찍어내기 인사가 최순실 씨 영향이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건전콘텐츠 TF’는 2014년 7월 유 전 장관이 면직되고 새로 부임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시절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전날에 이어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한 폭로도 쏟아냈다. 그는 “김 전 실장과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으로부터 정부 비판세력을 응징하고, 불이익을 주라는 요구가 끊임없이 왔다”며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에서 블랙리스트를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3월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약 1년4개월의 임기를 끝으로 2014년 7월17일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