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C 비율 급락 가능성 줄어
연내 해외투자 총량 제한도 개선
보험회사들이 해외투자를 할 때 환헤지를 하지 않으면 지급여력(RBC) 비율에 불이익을 주는 규제가 사라진다. 앞서 금융당국이 총자산의 30% 이내로 묶여 있는 해외투자 총량 제한을 풀기로 약속한 데 이어 환헤지 규제도 손질하기로 함에 따라 보험업계의 해외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해 오는 6월부터 국내 보험사가 해외자산에 투자할 때 환헤지를 하지 않아도 자산 듀레이션(가중평균 잔존만기)을 모두 인정해주기로 했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환율을 미리 고정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국내보다 금리가 높고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는 30년 만기 미 국채를 매입해도 1년 만기 이상 환헤지 계약을 하지 않으면 자산 듀레이션이 ‘0’으로 계산된다.
이 규제는 보험사가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다. 현행 보험사 자산건전성 평가 제도가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차이가 커지면 그만큼 금리위험을 높게 부과하는 방식이어서다. 투자한 해외 장기채권이 듀레이션을 인정받지 못하면 보험사 건전성 평가의 척도인 RBC 비율이 급락한다. 국내 보험사가 사실상 의무적으로 환헤지를 해온 이유다.
보험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를 반기고 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채권과 대체투자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보험사의 해외 외화증권 투자액은 2014년 294억2000만달러에서 지난해 9월엔 612억8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올해도 보험사들은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자산운용 전략을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총자산의 30% 이하로 해외투자 비중을 제한한 보험업법 106조 개정 작업도 연내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한 보험사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보험사들이 저금리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환헤지 규제 완화는 자산운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헤지를 하지 않으면 시장위험액 8%를 요구자본으로 부과하는 현행 규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다양한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게 가능하다. 1개월, 3개월, 6개월 등 환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기 상품으로 환헤지 계약 만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산이 늘고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환율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