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태의 데스크 시각] 중국에 쫓기는 K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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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태 바이오헬스부장 pyt@hankyung.com
“1년은커녕 6개월 뒤가 걱정스럽다.”
얼마 전 만난 국내 바이오기업 K사장은 한숨부터 쉬었다. 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둘러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중국 바이오기업의 약진이 놀라울 정도였다고 했다. 지금껏 한 수 아래로 여겨왔던 중국 기업들의 위상이 한국을 추월할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걸 확인시켜준 자리였다는 게 K사장의 얘기였다.
대접 못 받는 韓 바이오기업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기업 투자설명회(IR) 행사다. 바이오기업 간 비즈니스의 장이기도 하다. K바이오 열풍을 일으킨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이 이곳에서 첫 단추를 끼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주소를 일깨워준 자리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국내 바이오·제약업체들은 화이자 로슈 MSD 등 선두권 글로벌 기업들이 IR을 하는 메인 행사장과는 별도로 마련된 작은 공간에서 IR 행사를 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만 예외였다. 한국 바이오산업이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었다.
더구나 중국에도 밀렸다. 이번 행사에 정식 초청된 한국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미약품 녹십자 등 7개사였다. 반면 중국은 두 배 많은 14개사였다. 중국 바이오기업의 경쟁력과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퀸타일즈IMS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제약시장 규모는 지난해 1167억달러에서 2021년 1700억달러로 50%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일본 한국보다 더 빠른 성장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도 한국 바이오·제약기업의 발목을 잡았다. 국내 바이오업계 종사자들은 해외 투자자와 고객사로부터 “너희 나라 괜찮냐, 너희 회사는 영향이 없냐”는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이 때문에 20~30분인 짧은 미팅 시간의 상당 부분을 국내 정국과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데 할애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산업육성 골든타임 놓칠라
바이오산업은 세계 각국이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산업이다. 일본은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에이메드라는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까지 가동했고 미국과 중국은 헬스케어와 정밀의학 등 차세대 의료서비스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 한국은 탄핵 정국이 전개되면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경쟁적으로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을 쏟아내던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최근 활기를 띠기 시작한 바이오 창업이 주춤해질까 염려스러울 정도다.
산업계에선 자칫 바이오산업을 키울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일본과 중국에 기선을 뺏기고 나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을 것이냐는 걱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노골적인 보호주의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중국은 갈수록 사드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리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에 놓였다. 이런 와중에 대선주자들에게선 ‘미래’를 찾기 어렵다. 무너진 국가 리더십과 위기의 한국 경제를 재건할 해법은 뒷전이다. 표심만 좇고 있을 뿐이다. 한국호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박영태 바이오헬스부장 pyt@hankyung.com
얼마 전 만난 국내 바이오기업 K사장은 한숨부터 쉬었다. 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둘러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중국 바이오기업의 약진이 놀라울 정도였다고 했다. 지금껏 한 수 아래로 여겨왔던 중국 기업들의 위상이 한국을 추월할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걸 확인시켜준 자리였다는 게 K사장의 얘기였다.
대접 못 받는 韓 바이오기업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기업 투자설명회(IR) 행사다. 바이오기업 간 비즈니스의 장이기도 하다. K바이오 열풍을 일으킨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이 이곳에서 첫 단추를 끼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주소를 일깨워준 자리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국내 바이오·제약업체들은 화이자 로슈 MSD 등 선두권 글로벌 기업들이 IR을 하는 메인 행사장과는 별도로 마련된 작은 공간에서 IR 행사를 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만 예외였다. 한국 바이오산업이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었다.
더구나 중국에도 밀렸다. 이번 행사에 정식 초청된 한국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미약품 녹십자 등 7개사였다. 반면 중국은 두 배 많은 14개사였다. 중국 바이오기업의 경쟁력과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퀸타일즈IMS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제약시장 규모는 지난해 1167억달러에서 2021년 1700억달러로 50%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일본 한국보다 더 빠른 성장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도 한국 바이오·제약기업의 발목을 잡았다. 국내 바이오업계 종사자들은 해외 투자자와 고객사로부터 “너희 나라 괜찮냐, 너희 회사는 영향이 없냐”는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이 때문에 20~30분인 짧은 미팅 시간의 상당 부분을 국내 정국과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데 할애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산업육성 골든타임 놓칠라
바이오산업은 세계 각국이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산업이다. 일본은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에이메드라는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까지 가동했고 미국과 중국은 헬스케어와 정밀의학 등 차세대 의료서비스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 한국은 탄핵 정국이 전개되면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경쟁적으로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을 쏟아내던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최근 활기를 띠기 시작한 바이오 창업이 주춤해질까 염려스러울 정도다.
산업계에선 자칫 바이오산업을 키울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일본과 중국에 기선을 뺏기고 나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을 것이냐는 걱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노골적인 보호주의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중국은 갈수록 사드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리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에 놓였다. 이런 와중에 대선주자들에게선 ‘미래’를 찾기 어렵다. 무너진 국가 리더십과 위기의 한국 경제를 재건할 해법은 뒷전이다. 표심만 좇고 있을 뿐이다. 한국호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박영태 바이오헬스부장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