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자금조달 창구 'QIB 제도' 유명무실…문턱 낮춰도 거래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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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에도 기업들 기피
발행 회사채, 사모사채 분류에 보험·연기금 등 참여 쉽지않아
"유가증권 인정해야 시장 활성화"
발행 회사채, 사모사채 분류에 보험·연기금 등 참여 쉽지않아
"유가증권 인정해야 시장 활성화"
중소·중견기업과 외국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로 조성된 ‘적격기관투자자(QIB) 시장’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QIB 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행 기업과 투자자들의 진입 문턱을 대폭 낮췄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거래도 없는 상태다.
QIB 시장은 보험 은행 연기금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기관투자가가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다. 이를 통해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중견기업들이 공모시장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6월 발행 기업과 투자자들의 진입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2012년 5월 QIB 제도가 도입됐지만 과도한 규제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을 ‘자산 5000억원 미만’에서 ‘자산 2조원 미만’으로 확대한 것은 물론 발행 기업에 신용평가, 증권신고서 작성 등 각종 공시와 의무도 면제해 줬다. QIB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투자자도 보험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중앙회 새마을금고연합회 신협중앙회 등으로 넓혀 줬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QIB 시장은 공모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에는 발행 절차상 편의와 비용절감 효과를, 기관투자가에는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대만 등지에서는 회사채 시장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는 국내 QIB 시장과 비슷한 144A 시장의 거래량이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다.
금융위와 금융투자업계는 QIB 제도 개편 이후 공모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국내 중소기업과 공시 부담을 느끼는 외국 기업들이 QIB 시장으로 몰리면서 시장 활성화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기반이 부족한 하이일드채권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발행 기업은 물론 거래를 중개할 증권사들도 선뜻 시장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제도가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QIB 시장에서 발행되는 회사채가 ‘유가증권’이 아니라 ‘사모사채’로 분류되고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QIB 시장에 참여 가능한 투자자를 확대해 줬지만 금융감독원의 감독 규정상 ‘사모사채’는 ‘은행 대출’로 간주되기 때문에 보험 연기금 등의 투자자들이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은행 대출로 인식되면 회계장부에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데다 투자 절차도 복잡하고 까다로워 투자 유인이 없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활성시장(일정 가격정보가 공유되는 시장)이 있는 채권만 유가증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QIB 시장도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면 자연스럽게 유가증권으로 인식되는 것”이라며 “별도의 규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QIB 시장은 보험 은행 연기금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기관투자가가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다. 이를 통해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중견기업들이 공모시장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6월 발행 기업과 투자자들의 진입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2012년 5월 QIB 제도가 도입됐지만 과도한 규제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을 ‘자산 5000억원 미만’에서 ‘자산 2조원 미만’으로 확대한 것은 물론 발행 기업에 신용평가, 증권신고서 작성 등 각종 공시와 의무도 면제해 줬다. QIB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투자자도 보험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중앙회 새마을금고연합회 신협중앙회 등으로 넓혀 줬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QIB 시장은 공모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에는 발행 절차상 편의와 비용절감 효과를, 기관투자가에는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대만 등지에서는 회사채 시장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는 국내 QIB 시장과 비슷한 144A 시장의 거래량이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다.
금융위와 금융투자업계는 QIB 제도 개편 이후 공모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국내 중소기업과 공시 부담을 느끼는 외국 기업들이 QIB 시장으로 몰리면서 시장 활성화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기반이 부족한 하이일드채권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발행 기업은 물론 거래를 중개할 증권사들도 선뜻 시장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제도가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QIB 시장에서 발행되는 회사채가 ‘유가증권’이 아니라 ‘사모사채’로 분류되고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QIB 시장에 참여 가능한 투자자를 확대해 줬지만 금융감독원의 감독 규정상 ‘사모사채’는 ‘은행 대출’로 간주되기 때문에 보험 연기금 등의 투자자들이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은행 대출로 인식되면 회계장부에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데다 투자 절차도 복잡하고 까다로워 투자 유인이 없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활성시장(일정 가격정보가 공유되는 시장)이 있는 채권만 유가증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QIB 시장도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면 자연스럽게 유가증권으로 인식되는 것”이라며 “별도의 규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