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북부 노스다코타주(州)의 셰일오일 생산지 바켄 유전지대는 황량했다. 영화 ‘자이언츠’에 나오는 메뚜기(시추시설)가 가득한 평원을 기대했으나 시추시설은 넓은 땅에 띄엄띄엄 서 있었다. 가도 가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카리 커팅 노스다코타원유협회 부회장은 “셰일오일은 수평시추가 가능하기 때문에 넓은 지역을 적은 설비로 채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쪽에 몰아 놓은 시추시설에서는 땅 밑의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고, 그 옆에서는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고 했다. 노스다코타는 미국에서 셰일오일 및 가스 생산 2위, 귀리와 옥수수 등 9개 농작물 생산 1위 지역이다.

‘막 오른 트럼프 시대…America First 현장을 가다’ 시리즈 취재를 위해 노스다코타 미시간 일리노이 인디애나 등 7개주를 방문했다. 현장에서는 노스다코타에서와 같이 예상을 깨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역전극을 펼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 트럼프는 ‘영웅’처럼 여겨졌다. 대도시를 벗어난 지역과 농촌에서 만난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그동안의 모든 적폐를 일소하고 미국을 다시 부활시킬 적임자라고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거드는 사람은 ‘눈총’을 받았다.

금융 중심지이며 대도시인 시카고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그곳에서는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기대나 희망은 ‘금기어’처럼 취급됐다. 클린턴 후보는 러스트벨트 지역 중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주에서 유일하게 승리했다.

미국은 미래 비전과 리더의 선택을 놓고 갈려 있었다. 그나마 경제 사정이 나은 동·서부 연안과 대도시, 그렇지 못한 내륙 지방과 농촌의 정서가 달랐다. 이런 구도는 앞으로 상당 기간 해소되기 힘든 것처럼 느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랜 기간 저성장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미국의 민낯이었다.

워싱턴DC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린 결론은 ‘어떤 경우에도 경제 성장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화합으로 가는 지름길 말이다.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