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십자사, 다국적기업에 800억대 혈액관리 시스템 입찰 특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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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대한적십자사 감사 착수
규정 바꿔 국내기업 배제 논란
규정 바꿔 국내기업 배제 논란
대한적십자사가 독일 지멘스, 미국 애보트 등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에 유리하도록 입찰 규정을 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감사원이 감사에 들어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대한적십자사에 ‘혈액관리 시스템 공급자 수의계약 입찰’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지난주 대한적십자사를 방문해 현장감사를 벌였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감사원 심사 청구서가 접수돼 이에 대해 검토 및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한 것은 대한적십자사가 10년 이상 된 노후한 혈액관리 시스템을 교체하면서 의도적으로 국내 기업을 배제하고 다국적 기업으로 자격을 한정했다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6월 헌혈 받은 혈액에서 에이즈(HIV), C형 간염(HCV), B형 간염(HBV), 백혈병(HTLV) 등 부적격 혈액을 걸러내는 진단장비와 시약 입찰 공고를 내면서 장비와 시약을 모두 납품할 수 있는 회사로 자격을 제한했다.
이 조치로 5년간 823억원 규모인 혈액관리시스템 입찰에는 지멘스와 애보트만 참여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시약을 납품하던 LG생명과학 녹십자엠에스 동아에스티 등 국내 업체들은 자격 미달로 입찰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멘스와 애보트 제품에 대한 성능검사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한적십자사가 다국적 기업에 특혜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혈액 관리를 위한 진단 장비와 시약을 각각 입찰에 부쳐온 대한적십자사가 입찰 조건을 바꾼 과정이 석연치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기기와 시약을 한꺼번에 납품하는 입찰 조건을 미리 공개하지 않아 시약만 납품하던 국내 업체들이 입찰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입찰 조건을 바꾼 것은 진단 장비에 최적화된 전용 시약을 쓰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혈액 안전성과 검사 관리, 장비 유지 및 보수 등을 효율화하기 위해 납품업체를 일원화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15일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대한적십자사에 ‘혈액관리 시스템 공급자 수의계약 입찰’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지난주 대한적십자사를 방문해 현장감사를 벌였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감사원 심사 청구서가 접수돼 이에 대해 검토 및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한 것은 대한적십자사가 10년 이상 된 노후한 혈액관리 시스템을 교체하면서 의도적으로 국내 기업을 배제하고 다국적 기업으로 자격을 한정했다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6월 헌혈 받은 혈액에서 에이즈(HIV), C형 간염(HCV), B형 간염(HBV), 백혈병(HTLV) 등 부적격 혈액을 걸러내는 진단장비와 시약 입찰 공고를 내면서 장비와 시약을 모두 납품할 수 있는 회사로 자격을 제한했다.
이 조치로 5년간 823억원 규모인 혈액관리시스템 입찰에는 지멘스와 애보트만 참여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시약을 납품하던 LG생명과학 녹십자엠에스 동아에스티 등 국내 업체들은 자격 미달로 입찰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멘스와 애보트 제품에 대한 성능검사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한적십자사가 다국적 기업에 특혜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혈액 관리를 위한 진단 장비와 시약을 각각 입찰에 부쳐온 대한적십자사가 입찰 조건을 바꾼 과정이 석연치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기기와 시약을 한꺼번에 납품하는 입찰 조건을 미리 공개하지 않아 시약만 납품하던 국내 업체들이 입찰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입찰 조건을 바꾼 것은 진단 장비에 최적화된 전용 시약을 쓰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혈액 안전성과 검사 관리, 장비 유지 및 보수 등을 효율화하기 위해 납품업체를 일원화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