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사업자는 대출 원리금 분할상환해야
주택연금 가입·혜택 확대
국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65조원(지난해 9월 말)에 달한다. 차주(借主) 수는 141만명이다. 자영업자의 빚(대출)은 늘었지만 벌이는 시원치 않다. 한국은행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가구당 평균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4583만원으로 1년 전보다 0.37% 늘어난 반면 금융부채는 7523만원으로 8%가량 늘었다.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 영세 자영업자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게 금융위 판단이다.
금융위는 자영업자 부채관리를 위해 세 가지 대책을 내놨다. 먼저 부실위험이 큰 자영업자의 은행권 대출을 조이기로 했다. 지금은 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출을 해줄 때 연체 이력, 연매출 등만 본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영업자 전용 은행권 여신심사시스템을 구성해 지역·업종별 과밀 여부에 따라 대출 한도와 금리를 달리 정하도록 한다는 게 금융위의 계획이다. 예컨대 은행이 대출해줄 때 어떤 곳에 창업하려는지, 해당 지역에 같은 업종 점포가 몇 개 있는지 등을 살펴본 뒤 대출 여부를 결정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치킨집 옆에 또 치킨집이 들어서는 등 자영업자 간 과도한 출혈경쟁을 막겠다는 의미다. 새 여신심사 시스템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만드는 소상공인 과밀업종·지역 선정 기준 등을 참고해 올해 상반기 마련할 예정이다.
◆임대업자 대출도 깐깐해져
부동산임대업자 대출도 손본다.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 대출 중 부동산임대업 대출이 39%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는 점에서 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별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올 상반기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엔 만기가 3년 이상인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에 대해선 매년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갚도록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자금 여력이 없는데도 은행의 저금리 대출을 받아 수익을 노리는 임대사업자의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또 중소기업청, 신용회복위원회 등과 함께 자영업자를 위한 패자부활(敗者復活) 제도를 신설한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재창업 지원 대상을 선정해 채무감면, 보증대출 등의 지원을 해줄 계획이다. 자영업자 대출을 생계형, 기업형, 투자형 세 가지로 분류하는 등 데이터베이스(DB)를 구성해 맞춤형 금융지원도 해줄 방침이다.
◆취약계층 주택금융도 강화
금융위는 고령층·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도 내놨다. 우선 1분기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명의 주택담보대출도 상환한 뒤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지금은 배우자의 주택담보대출이 있을 경우 배우자를 주택 공동소유자로 설정하지 않으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데, 소유자 변경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주택연금 가입을 허용해주겠다는 것이다. 또 10월부터 주택연금 일시 인출금을 상환하면 줄어든 주택연금 월지급액을 올려주기로 했다. 지금은 여유자금이 생겨 과거 일시 인출한 금액을 갚아도 줄어든 주택연금 월지급액이 원래대로 늘어나지 않는다. 주택연금을 신탁으로 가입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준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 본인이 사망하면 자녀 동의 없이도 배우자에게 주택연금이 자동으로 승계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2분기부터 저소득 연체차주를 보호하기 위해 책임한정형(비소구) 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담보주택 가격이 대출금액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그 부족분을 갚지 않아도 되는 대출이다. 디딤돌대출 이용자 중 부부합산 연소득 3000만원 이하면 신청할 수 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책임한정형 대출 금리는 은행의 손실 위험이 있는 만큼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높게 정하는 게 맞지만 저소득층 지원이란 취지에 맞게 당분간 일반 대출금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