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법정 최고금리 넘는 이자 무효…가족 간에도 돈 대신 갚을 의무는 없어"
돈을 빌려놓고 갚지 않은 채무자는 항상 불안하다. ‘죄인’ 같은 심정이다. 불법 추심업자는 이 점을 파고든다. 채무자, 특히 법적 지식이 어두운 취약계층을 집요하게 괴롭힌다. 전문가들은 상식적인 수준의 금융 지식만 갖춰도 억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찬우 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계장(사진)은 13일 “불경기의 골이 깊어지면서 불법 채권추심 행위를 주시하고 있다”며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이 2002년 66%에서 현재 27.9%까지 낮아지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받은 대부업체의 추심 활동이 더욱 집요해졌다”고 말했다.

추심행위 자체는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다. 금융당국과 경찰 모두 채무자가 충분한 상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불법 추심 피해는 맥락이 다르다. 박 계장은 추심자가 법을 어길 때는 채무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법정 금리 확인은 기본이다. 박 계장은 “대출을 받을 때 연이율이 법정 최고금리인 27.9%를 초과하는지 잘 확인하라”며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이자계약은 무효로,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출 시 선이자나 사례금, 수수료 등 각종 명목으로 떼는 돈도 모두 이자에 해당하니 이자율을 따져볼 때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족에게 빚을 대신 갚으라고 강요하는 행위도 불법이다. 박 계장은 “많은 추심자가 ‘아들이 평생 취직도 못하고 빚에 쫓겨 다니게 내버려 둘 것이냐’ ‘가족끼리는 서로 변제 의무가 있다’ 등의 말로 가족에게 대위 변제를 요구한다”며 “모두 법 위반이니 응하지 말고 신고하라”고 했다. 부모자식 간, 부부간이라도 채무를 대신 변제할 의무는 없다.

박 계장은 또 “채권추심자가 압류나 경매, 채무불이행 정보 등록을 하겠다고 겁을 줘도 동요하지 말라”고 했다. 압류 등은 법원이 결정할 사항으로, 추심자가 할 수 없다. 그는 “피해자가 신고했지만 증거자료가 없어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경우도 상당수”라며 “추심자가 불법적으로 전화를 걸어오거나 찾아왔을 때 녹음하는 등 증거자료를 확보하라”고 당부했다.

사정이 급하더라도 무등록 불법업체 이용은 최대한 자제하는 게 피해를 사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박 계장은 “사금융을 이용하려 한다면 반드시 금융감독원의 ‘서민금융 1332’ 홈페이지나 지자체 지역경제과 등에 문의해 대부업 등록을 한 정상적인 업체인지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채무독촉이 부담스럽다고 또 다른 사채를 끌어쓰는 건 막다른 길로 가는 행위”라며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제도나 법원의 회생·파산 등 법적 절차를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