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소재 프로그램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스테디셀러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의 왕국’ ‘동물의 세계’ 같은 다큐 형식의 동물 프로그램들은 지금도 방영되고 있을 정도.

하지만 동물 소재 프로그램들은 초창기 그 시선이 신기함에 머물렀던 것에서 조금씩 변화해 왔다. 그 변화를 처음 보여준 건 1984년 시작해 2004년까지 장수한 KBS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다. “우~ 아~”하고 시작하던 시그널 음악이나 “짝짓기를 합니다” 같은 내레이션이 화제가 되기도 한 이 프로그램은 특이하게도 동물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동물 상황을 감정이입해서 내레이션으로 들려주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지금은 물론 이런 내레이션이 일반화됐다.

2001년 시작해 15년 넘게 장수해 온 SBS ‘TV동물농장’은 동물에 대한 달라진 접근 방식의 변천사를 고스란히 담아 온 프로그램이다. 초창기만 해도 이 프로그램 역시 동물들의 신기한 행동을 관찰하는 것에 집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 자체보다 점점 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2009년 TV동물농장이 소개한 ‘동물심리분석가 하이디의 위대한 교감’이라는 코너는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이디는 상처받은 동물들을 어루만지며 그 아픔에 진정으로 눈물을 흘려주는 감동적인 교감을 선사했다. 동물이 그저 우리가 바라보는 타자로서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정서와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걸 드러내고, 또 그것이 서로 소통 가능하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것.

TV동물농장이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은 바로 이렇게 감정이입을 통해 동물과 공감하는 것이다. 떠나버린 주인을 그 자리에서 계속 지키며 기다리는 개의 이야기나, 죽은 어미를 대신해서 어미 역할을 해주는 고양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 좁은 하수구 속에 갇힌 새끼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이야기를 에둘러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서 동물은 마치 거울처럼 기능한다. 동물에게 무언가 애착을 주고, 소통하려는 모습은 그대로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살 만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물론 늘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만 전하지는 않았다. 르포 다큐에서나 나올 법한 동물 학대 현장을 포착해 보여주기도 하면서 사회적 경각심 고취에도 앞장섰다. 최근에는 ‘강아지 공장’식 반려동물 생산업소의 동물 학대 실태를 고발하면서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방송으로 인해 자가진료를 제한하는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 각종 동물보호법 개정, 반려동물생산업 전수조사 등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타자와의 공존을 경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동물을 그저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함께 살아갈 존재로 여기는 것이 넓게 보면 환경이나 자연,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TV동물농장은 한때 구경꾼 위치에 있던 우리의 시선을 이제는 반려자의 위치로 바꿔놓고 있다. 이런 노력은 다른 존재와 공존하겠다는 마음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뛰어넘는 가치를 담는다.

정덕현 < 대중문화 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