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단지 84㎡ 5000만원 '뚝'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전세가율(전세가를 매매가로 나눈 비율) 1위를 달리는 서울 성북구 전셋값이 작년 말부터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도심권 출퇴근이 편리해 ‘강북 전세1번지’로 꼽혔던 길음뉴타운 전셋값이 최근 들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겨울 비수기인 데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액만으로 아파트를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갭투자자’들의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탓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계의 분석이다. 길음뉴타운 가운데서도 서울 지하철4호선 길음역과 초등학교 등이 가까워 선호도가 높은 6단지 래미안(977가구)과 8단지 래미안(1497가구) 9단지 래미안(1012가구) 등의 전세 매물은 단지마다 100여개를 웃돈다. 길음동 A공인의 최모 대표는 “갭투자자가 몰리기 시작한 2014년 가을 이후 전세 계약서를 쓴 매물들이 전세 만기(2년)가 돌아오면서 다시 전세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2년 전보다 전셋값이 1억원 이상 오른 탓에 세입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저금리와 주택 경기 호황이 맞물리면서 갭투자자가 몰린 2015년에는 ‘길음뉴타운 4단지 e편한세상’ 전용 84㎡ 전세 실거래가가 4억5500만원으로 4억5000만원인 같은 주택형 매매 실거래가를 웃돌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전세는 물론 매매 수요까지 줄어들고 있다. 위례와 김포 한강 등 수도권 인근 신도시들의 입주로 전세 수요가 분산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6만여가구로 작년(27만9000가구)은 물론 최근 5년 평균(23만여가구)을 크게 웃돈다. 성북구 일대 아파트 전세가율도 지난해 6월 84.5%로 정점을 찍은 뒤 12월에는 83.8%로 하락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셋값이 떨어지면 재계약 시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고, 매매값이 내려도 전세금과 대출금을 감당할 수 없는 깡통주택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전셋값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