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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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큰 전쟁을 벌이는 원년이 될 전망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동안 축적한 IB 업무 역량과 영업망을 통해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낼 겁니다.”

한국투자증권을 11년째 이끌고 있는 유상호 사장(사진)은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형 증권사들이 늘어난 자본금을 바탕으로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겠지만 결국 IB 기본 체력이 뛰어난 한투가 승리를 거둘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올해부터 초대형 IB(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단기어음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모아 투자할 수 있다. 고대하던 자본시장의 ‘큰손’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투(자기자본 4조200억원) 역시 어음 발행만으로 8조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다. 경쟁사인 자기자본 1위(6조7000억원) 증권사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5조원 이상의 자기자본 투자(PI)를 예고해놓고 있다.

하지만 유 사장은 PI를 늘리는 데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IB의 본질은 기업금융 중개, 상품 구성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라며 “초대형 IB 대부분이 엇비슷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만큼 고객의 요구를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에 따라 최종 승부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해외 오피스빌딩에 투자한 뒤 거기서 발생하는 임대료를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펀드를 만들어 기관투자가 등에 재판매(셀다운:sell down)하는 것이 ‘중개자’로서 IB 본연의 역할에 더 충실하다는 설명이다. 자기자본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셀다운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 그 자금으로 다시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전략에 대해 ‘주머니를 가볍게 하고 뛴다’는 표현을 썼다. 이 같은 방식의 투자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 한투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입주할 빌딩(프랑스 파리 소재)에서 발생할 임대료를 배당 재원으로 하는 23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인 에티하드항공이 운영할 비행기 투자 건도 1900억원 규모 사모펀드로 설정할 예정이다.

다만, 무리하게 매출을 늘리는 것은 자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무리 큰 규모의 딜을 따낸다 해도 수수료 수입이 적으면 내부 평가 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투는 올해 IB 부문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프로젝트 금융본부를 지난해 1개에서 2개로 늘렸다. 1본부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 등을 맡고 있고 2본부는 해외 부동산, 항공기, 발전소 등 다양한 대체 투자처를 발굴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개인 고객 유치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현재 한투의 개인 고객 자산은 약 41조원(금융상품과 주식위탁매매)이다. 유 사장은 “올해 개인 고객 자산을 6조원 더 늘리기 위해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펀드와 대체투자 관련 상품을 많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6조원은 작년 증가분(약 3조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유 사장은 또 올해 4000억원대의 세전 순이익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실적(3000억원대)보다 1000억원 정도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실적은 목표치에 다소 미달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올해는 경영 전반의 고른 실적 향상을 이뤄 목표를 달성할 겁니다.” 유 사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10연임에 도전한다.

이고운/이현진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