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미국 법무부는 온라인 장터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서 영화 포스터를 팔던 데이비드 톱킨스 아트닷컴 이사를 가격담합 혐의로 기소했다. 톱킨스가 경쟁사와 공모해 2013년 9월부터 2014년 1월까지 특정 포스터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했다는 것이다. 그는 유죄를 인정했고 벌금 2만달러를 내기로 했다.
FT는 “톱킨스가 가격담합을 위해 경쟁사 임원과 모의한 사실이 확인돼 법무부가 쉽게 기소할 수 있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상당히 애를 먹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격담합 수단으로 컴퓨터 알고리즘이 쓰였기 때문이다. 아트닷컴과 경쟁회사는 같은 알고리즘을 사용해 가격을 높게 설정하고 서로의 가격을 감시해 담합을 유지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각국 경쟁당국은 인공지능(AI)이 발달해 사람의 지시나 개입 없이 알고리즘 스스로 가격담합을 이루는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경쟁사 가격을 참고해 최적의 가격을 설정하도록 알고리즘이 짜여 있을 때, 여러 업체의 알고리즘이 동조화하며 같은 가격에 수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알고리즘에 의한 담합을 막는 것이 세계 경쟁당국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반독점법을 적용하려면 담합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밝혀져야 하는데 알고리즘에 의한 담합은 이를 밝혀내기 어렵다. 현행 반독점법은 컴퓨터 엔지니어, 업체에 죄를 묻기 힘들다고 FT는 전했다. 이 때문에 법학자들은 담합 가능성이 있는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것도 담합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법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고리즘은 또 담합이 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게 도와준다. 컴퓨터가 가격을 설정하고 실시간으로 서로의 가격을 감시하기 때문이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컴퓨터는 사람보다 합리적이고 감정이 없기 때문에 ‘죄수의 딜레마’를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