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3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강행하면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을 사지 않을 것이란 내용을 담은 현지 관영매체 보도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9일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보다 6500원(-2.13%) 내린 29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30만원대 주가가 깨진 건 2015년 3월13일(종가 29만원) 이후 1년11개월 만이다.

반제품 화장품 제조사인 한국콜마도 이날 5만9500원(-4.95%)까지 밀리며 1년 최저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스맥스(-5.26%), 토니모리(-5.10%), 잇츠스킨(-2.99%) 등 다른 화장품주 역시 약세였다.

중국 관영 신문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7일 ‘한국이 사드 때문에 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제목의 사평을 통해 “한국이 미국 글로벌 군사 전략의 앞잡이가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매체는 이어 “서울의 백화점들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이들 관광객은 뚜렷한 국가 정체성을 갖고 있다”며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 때문에 국익을 희생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번 보도에 대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중국 관련 매출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중국에 판 국내 화장품은 14억1800만달러(약 1조6854억원)어치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으로의 화장품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협회는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도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주들의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4분기 영업이익이 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17% 미달하는 1331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도 내려가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6일 아모레퍼시픽의 적정 주가를 46만원에서 37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송형석/민지혜 기자 cl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