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8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피의자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은 지난 7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을 조사했다. 이들 외에도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문체부 유동훈 2차관과 송수근 1차관,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 등 청와대와 문체부 핵심 관계자를 소환해 블랙리스트 작성 및 유통, 적용·관리 과정을 파악했다.

특검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자를 모두 처벌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을 소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검은 김 전 비서실장의 지시로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블랙리스트가 수차례에 걸쳐 작성되고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에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이 과정에 최순실 씨가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데도 수사력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은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 CF 감독을 핵심고리로 보고 있다. 김 전 수석은 차씨의 외삼촌이고, 김 전 장관은 대학원 은사인 만큼 최씨의 영향력이 차씨를 통해 김 전 수석과 김 전 장관에 미친 정황을 파악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블랙리스트 수사에 힘을 쏟는 데 대해 ‘정치적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인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최씨가 차씨를 통해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 개입했다는 것을 밝히겠다는 것인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자체를 수사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무리하게 수사를 확대하다 보면 특검이 중립성을 잃고 정치적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