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장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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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싫었던 것 중 하나가 장래희망을 써내는 일이었다. 뭐가 좋은지, 뭘 잘할지도 모른 채 막연히 과학자라고 적었다. 서슴없이 대통령, 장군을 써내는 친구들에 비해 좀 소심한 느낌도 들었다. 그 뒤로 장래희망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지금 글 쓰는 직업에 대체로 만족한다.
초등학교 이하 프리틴(preteen)은 생각이 여물 나이가 아니다.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지위·권력이 높거나 가까운 사람에게서 찾는다. 힘이 센 대통령, 인기 높은 연예인 운동선수, 자주 접하는 교사 의사, 멋져 보이는 경찰관 소방관 등 …. 그러나 중고생쯤 되면 부모 희망사항이 개입한다. 교사 공무원은 청소년의 꿈이라기보다 부모의 염원에 가깝다.
사회적 분위기도 어린이 장래희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포브스지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자 어린이 희망직업(dream job)은 운동선수, 파일럿, 과학자, 변호사, 우주인 순이다. 우주항공의 선도국가답다. 중국 어린이는 CEO를 첫손에 꼽는다. 국가적으로 창업을 권장하고 마윈 등 기업가 활동이 왕성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최근 일본 다이이치생명이 조사한 일본 어린이 희망직업을 보면 남아는 7년째 축구선수가 1위지만 학자·박사가 2위에 올라 있다. 노벨 과학상 연속 수상의 영향이다. 이어 경찰, 야구선수, 의사, 음식점 주인 순이다. 여아는 음식점 주인이 20년째 1위란다. ‘심야식당’, ‘카모메 식당’ 같은 작품을 보면 셰프나 파티셰가 멋져 보일 만도 하다. 유치원교사, 교사, 의사·간호사, 디자이너가 뒤를 잇는다.
한국 어린이는 어떨까. 1980년대 과학자, 90년대 교수, 외환위기 이후 의사 등 전문직이 인기였다. 지난해 교육부 장래희망 조사에 따르면 교사, 운동선수, 의사, 요리사, 경찰, 법조인, 가수 등의 순이다. 2012년엔 운동선수가 1위, 연예인이 4위였다. 최근 ‘먹방’ 영향으로 요리사가 껑충 뛰었다.
물론 꿈은 클수록 좋다. 어린이 장래희망이 자라면서 열정, 능력, 경력의 교집합과 일치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한 분야에 몰두하는 오타쿠 기질을 장래직업과 연관지어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한국 부모들은 무엇 또는 누구처럼 되라고만 할 뿐 어떻게 될 것인가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오바마처럼 되고, 에디슨처럼 되길 바란다면 오바마가 성장기에 겪은 흑인으로서의 정체성 고민, 어린 에디슨이 낙제생으로 느낀 무력감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도 함께 성찰하게 해야 마땅하다. 아이들은 부모가 키우고 싶은 대로 크지 않는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초등학교 이하 프리틴(preteen)은 생각이 여물 나이가 아니다.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지위·권력이 높거나 가까운 사람에게서 찾는다. 힘이 센 대통령, 인기 높은 연예인 운동선수, 자주 접하는 교사 의사, 멋져 보이는 경찰관 소방관 등 …. 그러나 중고생쯤 되면 부모 희망사항이 개입한다. 교사 공무원은 청소년의 꿈이라기보다 부모의 염원에 가깝다.
사회적 분위기도 어린이 장래희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포브스지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자 어린이 희망직업(dream job)은 운동선수, 파일럿, 과학자, 변호사, 우주인 순이다. 우주항공의 선도국가답다. 중국 어린이는 CEO를 첫손에 꼽는다. 국가적으로 창업을 권장하고 마윈 등 기업가 활동이 왕성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최근 일본 다이이치생명이 조사한 일본 어린이 희망직업을 보면 남아는 7년째 축구선수가 1위지만 학자·박사가 2위에 올라 있다. 노벨 과학상 연속 수상의 영향이다. 이어 경찰, 야구선수, 의사, 음식점 주인 순이다. 여아는 음식점 주인이 20년째 1위란다. ‘심야식당’, ‘카모메 식당’ 같은 작품을 보면 셰프나 파티셰가 멋져 보일 만도 하다. 유치원교사, 교사, 의사·간호사, 디자이너가 뒤를 잇는다.
한국 어린이는 어떨까. 1980년대 과학자, 90년대 교수, 외환위기 이후 의사 등 전문직이 인기였다. 지난해 교육부 장래희망 조사에 따르면 교사, 운동선수, 의사, 요리사, 경찰, 법조인, 가수 등의 순이다. 2012년엔 운동선수가 1위, 연예인이 4위였다. 최근 ‘먹방’ 영향으로 요리사가 껑충 뛰었다.
물론 꿈은 클수록 좋다. 어린이 장래희망이 자라면서 열정, 능력, 경력의 교집합과 일치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한 분야에 몰두하는 오타쿠 기질을 장래직업과 연관지어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한국 부모들은 무엇 또는 누구처럼 되라고만 할 뿐 어떻게 될 것인가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오바마처럼 되고, 에디슨처럼 되길 바란다면 오바마가 성장기에 겪은 흑인으로서의 정체성 고민, 어린 에디슨이 낙제생으로 느낀 무력감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도 함께 성찰하게 해야 마땅하다. 아이들은 부모가 키우고 싶은 대로 크지 않는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