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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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짱토론
찬성-오스트리아·스위스 케이블카 운영 수익 연 1조
반대-지역경제 활성화는 국립공원 밖에서 논의해야반대 포인트
찬성-오스트리아·스위스 케이블카 운영 수익 연 1조
반대-지역경제 활성화는 국립공원 밖에서 논의해야반대 포인트
![[여론광장]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논란](https://img.hankyung.com/photo/201701/AA.13104354.1.jpg)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약수터와 끝청 사이 3.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산양의 서식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사업 승인을 거부했다. 사업을 신청한 강원 양양군은 즉각 반발해 문화재청에 재심의를 신청하고 행정심판과 행정소송도 추진하기로 했다.
케이블카 설치 찬성론자들은 지역경제 발전과 관광 활성화를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다. 해외에선 명승지마다 케이블카를 세워 관광객을 끌어모으는데 한국만 소중한 관광자원을 방치하고 있다는 논리다. 변우혁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명예교수는 “국립공원마다 정상을 오르내리는 등산객으로 등산로 주변 자연환경 훼손이 심각하다”며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자연을 지키면서 외국인 등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론자들은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건 현세대의 이익을 위해 후손에 물려줘야 할 자연유산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는 “국립공원은 자연을 잘 보전해 후대에 파괴되지 않은 자연을 볼 권리를 주자는 의미에서 출발했다”며 “설치 과정에서 자연을 크게 훼손하는 케이블카 설치는 국립공원의 본래 의미를 망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케이블카 설치하고 등산로 폐쇄...환경 보존·관광객 유치 '일석이조'

연간 약 5000만명의 국립공원 탐방객이 밟고 지나가면서 생기는 답압(밟는 압력)은 모든 등산로와 그 주변까지 초토화시키기 충분하다. 북한산국립공원은 74개 등산로 외에 365개의 샛길이 만들어져 605개 조각으로 나뉘어 피폐화됐다. 설악산 오색~대청봉 구간은 하루 최고 2만~3만명의 탐방객이 오르내려 등산로가 뭉개지고 주변 식생이 파괴되고 있다. 다른 국립공원의 정상부도 마찬가지다.
![[여론광장]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논란](https://img.hankyung.com/photo/201701/01.13104134.1.jpg)
케이블카가 경관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주장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잘못된 선입견이다. 수천개의 케이블카가 있는 알프스를 아름답지 않다고 여기는 이는 없다. 케이블카가 생태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은 등산로에 비해 오히려 작다. 심각하게 훼손된 설악산 권금성 등산로는 1971년 케이블카가 들어선 뒤 이용이 줄어들면서 자연식생을 되찾았다. 세계적 자연 유산인 호주 케언즈국립공원의 스카이레일 케이블카는 7.5㎞ 구간에 걸쳐 35개 타워를 세워 보호구역을 밟지 않고도 열대우림의 경이로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케이블카는 내국인 관광객의 해외 유출 방지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 유인효과도 크다. 오스트리아는 2600개의 케이블카에 연 6600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와 약 1조원의 수익을 거둔다. 스위스도 2470개 케이블카에서 9700억원의 운영수익을 올리고 있다.
해외에 나가본 사람 누구나 한 번쯤은 케이블카를 타고 명산대천(名山大川)을 관람한 경험이 있다. 반면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 1500만명 중 국립공원을 찾는 이는 연간 10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등산장비까지 갖추고 산을 오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우리 국토의 진수를 보여줄 기회를 이렇게 잃고 있는 것이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반대론자들은 산양의 서식지 파괴를 문제 삼고 있다. 산양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지만 천적이 없고 번식 속도가 매우 빠르다. 5년 전에 설악산에 211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은 한계령 도로변에서도 관찰되는 등 점점 출현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 산양은 한때 최상급 보호종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늘어나 일부 현에서는 수렵을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고 있다.
물론 케이블카 공사 중 산양이 일시적으로 피해를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동물은 대부분 학습이 가능한 지능적 존재다. 공사 중 소음과 서식 방해를 빨리 인지해 당분간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공사가 끝난 뒤엔 공중에 매달려 움직이는 케이블카가 자신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환경이 파괴된다는 주장은 ‘우물 안 개구리’ 격 편견이다. 오히려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등산로를 폐쇄해 국립공원을 최대한 온전하게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
돈벌이 위해 자연유산 파괴 행위…산지 난개발로 이어지는 지름길

이런 보전 가치를 지닌 국립공원 설악산에서 케이블카 설치가 시도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국토 면적의 5%에 불과한 국립공원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산지 난개발의 빗장을 여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국립공원은 미국에서 탄생한 ‘national park’를 단순히 번역한 것이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국가가 지정한 공원’이라는 의미와 거리가 멀다. 1800년대 중반까지 북미 지역에서 지속된 대규모 자연 파괴에 대한 각성이 출발점이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자연에 스스로 방어할 기회를 줘 후손에게 파괴되지 않은 자연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주려는 시도가 ‘국립공원’의 본래 취지다.
![[여론광장]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논란](https://img.hankyung.com/photo/201701/01.13104133.1.jpg)
그래서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서는 국립공원 관리를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독립된 기구에 맡기라고 권고했다. 그런 장소에 인간을 위한 케이블카를 새로 설치하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에 밝힌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케이블카 설치 찬성론자들은 이런 국립공원의 본질과 관련없는 지역경제 발전, 나아가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끌어들여서까지 설치의 타당성을 외치고 있다. 우선 지역경제 문제는 어디까지나 공원 밖에서 논의돼야 할 현안이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본질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또 언제 우리 사회가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그렇게 세심하게 배려했는가? 그들에 대한 참된 배려는 일상생활에서 평등한 조건을 부여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케이블카가 등산객에 의한 환경 파괴 등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렇다면 그동안 국립공원 관리당국이 행한 그 많은 노력은 전혀 의미가 없었단 말인가? 그리고 그 많은 등산객을 케이블카로 모두 정상으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산 정상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다른 방법을 택하진 않을까? 피해가 있다면 다른 좋은 방법을 찾으려 노력해야지 더욱 큰 파괴를 통해 피해를 줄이겠다는 발상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무엇보다 등산객 문제에서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등산객 그 누구도 먼저 산에 케이블카와 같은 인공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런 시설이 들어서는 순간부터 등산객은 시설에 맞게 움직일 것이며 피해는 그런 시설을 기반으로 확대될 것이다. 케이블카로 정상 근처까지 오른 등산객들의 다음 행동이 무엇일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행히 생태계가 그나마 잘 보전된 국립공원을 현재 세대가 무슨 권리로 케이블카를 세워 파괴한단 말인가? ‘친환경적 케이블카’란 없다.
자연을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는 자본의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케이블카 설치는 후손들에게 되돌려 줘야 할 자연유산을 가로채는 짓일 뿐이라는 점을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