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시 읽고 그림 보는 건 자신의 삶 알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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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좋아하세요…
이명옥 지음 / 이봄 / 292쪽 / 1만4500원
이명옥 지음 / 이봄 / 292쪽 / 1만4500원
‘초설은 시를 하면서/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알고 싶은 것을 알게 되어/결국 내가 누구인가 하는 것까지 알게 될 거야’(이생진 ‘초설에게’ 중에서)
국내 문화예술계의 유명 기획자로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이 쓴 시를 좋아하세요...는 ‘시와 그림의 큐레이션’이란 새로운 영역을 소개한다. 이 관장이 실제로 ‘이제 막 시를 좋아하게 된 이’에게 1주일에 한 편씩 보낸 시 28편과 함께 각 시에 어울릴 그림을 직접 골라 에세이로 탄생시켰다. 이생진 시인의 ‘초설에게’는 이 책의 첫 부분에 나오는 작품이자 전체 내용을 아우르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저자는 ‘왜 시를 읽는가’와 ‘왜 그림을 그리는가’란 질문을 연결해 “시와 그림을 접한다는 건 우리 자신의 삶을 알아 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관장은 사랑과 기다림, 자아 성찰, 삶의 중요성 등 인생에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감정을 섬세하고도 소박한 필치로 표현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눈 호강’을 실컷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서로 이어지는 작품들 간엔 국경도, 시간의 경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그는 하늘의 천을 소망한다’와 러시아 태생의 프랑스 화가 샤갈의 ‘라일락 꽃밭의 연인들’을 짝지어 소개하며 헌신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논한다. 이시영 시인의 ‘나의 나’와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의 ‘자화상’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두 번은 없다’와 일본 화가 온 가와라의 ‘날짜 그림’, 미국 시인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의 ‘내 무덤 앞에 서서 울지 말아요’와 이일호 조각가의 ‘생과 사’를 보여주며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란 묵직한 메시지도 던진다.
저자는 “시를 좋아하지만 왜 시를 사랑하는지, 그것도 다른 사람에게 시 배달을 자청할 만큼 푹 빠져 있는지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며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고 시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시한다.
독자들을 ‘시와 그림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초대하는 저자의 친절함이 일품이다. 그윽한 시와 강렬한 그림의 은은한 만남이다. 시와 그림이 생활에서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국내 문화예술계의 유명 기획자로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이 쓴 시를 좋아하세요...는 ‘시와 그림의 큐레이션’이란 새로운 영역을 소개한다. 이 관장이 실제로 ‘이제 막 시를 좋아하게 된 이’에게 1주일에 한 편씩 보낸 시 28편과 함께 각 시에 어울릴 그림을 직접 골라 에세이로 탄생시켰다. 이생진 시인의 ‘초설에게’는 이 책의 첫 부분에 나오는 작품이자 전체 내용을 아우르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저자는 ‘왜 시를 읽는가’와 ‘왜 그림을 그리는가’란 질문을 연결해 “시와 그림을 접한다는 건 우리 자신의 삶을 알아 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관장은 사랑과 기다림, 자아 성찰, 삶의 중요성 등 인생에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감정을 섬세하고도 소박한 필치로 표현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눈 호강’을 실컷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서로 이어지는 작품들 간엔 국경도, 시간의 경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그는 하늘의 천을 소망한다’와 러시아 태생의 프랑스 화가 샤갈의 ‘라일락 꽃밭의 연인들’을 짝지어 소개하며 헌신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논한다. 이시영 시인의 ‘나의 나’와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의 ‘자화상’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두 번은 없다’와 일본 화가 온 가와라의 ‘날짜 그림’, 미국 시인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의 ‘내 무덤 앞에 서서 울지 말아요’와 이일호 조각가의 ‘생과 사’를 보여주며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란 묵직한 메시지도 던진다.
저자는 “시를 좋아하지만 왜 시를 사랑하는지, 그것도 다른 사람에게 시 배달을 자청할 만큼 푹 빠져 있는지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며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고 시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시한다.
독자들을 ‘시와 그림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초대하는 저자의 친절함이 일품이다. 그윽한 시와 강렬한 그림의 은은한 만남이다. 시와 그림이 생활에서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