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 대출·보증 미상환 금액만 2조원
유가 오르며 공장 재가동…일본 미쓰비시도 인수 후보
SK그룹 등이 약 3조원을 투자해 세운 석유화학 국제합작회사인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스(JAC)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국제 유가 상승과 화학업체들의 실적 호전 등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국내외 업체의 인수전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이 빌려주거나 지급보증한 금액만 2조원에 달해 매각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보렐리 월시 JAC 파산관재인은 지난해 말 이 회사를 매물로 내놓고 국내외 잠재적 투자자를 접촉 중이다. JAC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2015년 10월 싱가포르에서 리시버십(채권단 관리절차)에 들어갔다. 한국의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과 비슷한 기업 구조조정 절차다.
당시 주채권은행인 BNP파리바가 파산관재인을 선임해 주롱아로마틱스(JAC)를 관리하면서 매각 시기를 조율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회복되고 JAC의 공장이 재가동을 시작하면서 정식 매각에 들어갔다”며 “국내외 석유화학업체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각가격은 국제 유가가 지금과 같은 배럴당 50달러 선에서 유지되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JAC는 2011년 SK를 비롯해 국내외 기관들이 앞다퉈 자금을 투자한 글로벌 프로젝트였다. 싱가포르 주롱섬 내 55만㎡ 규모 부지에 파라자일렌(PX) 60만t, 벤젠 45만t, 혼합나프타 64만t, 액화석유가스(LPG) 28만t 등의 생산능력을 갖춘 종합 석유화학 공장을 짓는 것이었다.
당시 SK종합화학, SK가스, SK건설 등 SK그룹 계열사는 싱가포르 현지법인(SKIIS)을 통해 이 회사 지분 30%를 취득했다. 투자금액(대출금 포함)만 약 24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이 중 19억달러 정도를 국내외 16개 금융회사에서 빌리거나 지급보증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석유화학 관련 제품 가격이 치솟을 때여서 해외 금융회사들도 흔쾌히 투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예상과 달리 움직이면서 계획이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JAC는 2015년 3월 공장을 준공한 뒤 9월부터 가동에 들어갔으나 유가 및 PX 가격 급락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대출금 이자도 갚기 어려운 사정이 되자 지난해 초 공장 가동을 멈추고 같은해 말 리시버십을 신청했다. 그동안 SK종합화학 등은 JAC 관련 매출채권을 손실 처리하고 초기 투자금 대부분을 상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JAC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와 PX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채산성이 좋아지자 지난해 7월부터 전면 재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화 효성 등이 주요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일본 미쓰비시 등 글로벌 기업들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권이 이 프로젝트에 대출하거나 지급 보증한 금액은 약 15억달러다. 무역보험공사(보증 5억9000만달러), 산업은행(대출 2000만달러), 수출입은행(대출·보증 5억9000만달러) 등이다.
정소람/이동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