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에선 15% 올랐는데 소매가는 두달새 40% 껑충
지역별 AI 피해 다르다지만 "중간상만 차익 보나" 논란
노정동 생활경제부 기자 dong2@hankyung.com
매대에 계란은 많은데, 가격표만 비싸게 붙인 것 아니냐는 게 이씨의 불만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계란 한 판 소매가격이 8000원을 넘어섰다(8025원). 199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AI가 발생한 10월 말에 비해 무려 43% 치솟았다. 산지에서 15% 오른 것보다 인상폭이 훨씬 크다. AI로 양계농가에서 계란 공급에 차질을 빚자 이를 구하기 위한 도소매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지방의 한 마트에서는 계란 한 판에 ‘1만원’짜리 가격표가 붙은 상품도 등장했다.
계란값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극과 극이다. 어떤 곳에서는 계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어떤 소비자들은 “우리 동네에 많이 쌓여 있다”고 말한다. 계란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자 차익을 노린 중간도매상들이 계란을 창고에 쌓아두고 최대한 늦게 푸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부터 전국 마트와 계란 유통업체 등 67개소를 대상으로 계란 수급 상황을 합동 점검한 결과 경북, 전남, 대구, 부산 등은 AI 피해가 크지 않아 수급이 안정적이지만 경기, 충청, 서울, 울산 등은 피해가 커서 수급이 불안정했다고 발표했다. 대전지역 계란 가격은 평상시 대비 200%나 뛰었다.
유통 과정도 지역별 계란 가격 차이를 발생시킨다. 대구지역의 한 양계농가 주인은 “당장에 몇십원이라도 더 주는 도매상에 물량을 넘기는 게 맞지만 보통의 양계농가에선 평소 거래하던 곳에 대부분 물량을 주고 있다”며 “AI 종식 이후에 만약 이들이 계란을 안정적으로 가져가지 않으면 농가의 피해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계란이 없는 상황에서는 양계농가가 ‘갑’일지 모르지만 이후 계란 공급이 안정을 찾으면 도매상과 그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쉽게 가격 논리를 따라갈 수 없다는 얘기다.
노정동 생활경제부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