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약 3% 가까이 올랐는데도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관심이다. ‘달러 강세(원화 약세)는 외국인 매도를 불러온다’는 통념과 어긋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외 다른 외화 환율이 안정적이고 국내 기업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외국인의 기대가 크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원·달러 환율은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0.29% 오른 1210원50전에 마감했다. 지난 22일 1200원을 돌파한 뒤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달에만 2.94%, 9월 말 이후로는 9.1% 상승했다.

통상 달러가치가 강세를 띠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빼간다고 알려져 있다. 주식 투자로 얻는 이익보다 환차손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환율이 급등한 2014년 9~11월, 2015년 5~9월, 같은 해 11월~올해 2월에는 모두 외국인 순매도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충격이 컸던 11월을 제외하면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에도 8424억원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 원인으로 원·유로 환율과 원·엔 환율을 꼽는다. 최근 가파른 환율 상승은 달러에 국한된 현상이라는 얘기다. 지난 9월 말 이후 원·유로 환율은 1.3% 올랐고 원·엔 환율은 5.7% 하락했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외국인 순매수 중 유럽계 자금 비중이 3분의 2를 차지한다”며 “이들 관점에서는 환차손을 우려해 매도할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거셌던 시기에는 달러뿐 아니라 유로와 엔화가치도 덩달아 올라 매도 압력이 컸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 실적 역시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2010년 이후 12월 외국인 순매수는 코스피 12개월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전달 대비 상승한 시기에 이뤄졌다. 코스피 12개월선행 EPS가 오른 2010~2013년에는 외국인 누적 순매수가 30조원을 기록했다. 반면 하락한 2014~2015년에는 순매수가 정체됐다. 올해 역시 11월 대비 12월 코스피 12개월선행 EPS는 약 1.5%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4분기 실적과 내년도 적자 기업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는 뜻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주식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과 다른 신흥국 주가 흐름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 돈을 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