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대우조선 지금 정리하면 충격 너무 커…거품 빼가며 버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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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실패 아니다' 주장한 금융위
금융위원장이 말하는 '기업 구조조정 2년'
선박제조 능력 세계 1위…포기할 수 없는 산업
대우조선 자구노력해도 R&D인력 손대지 않을 것
해운 치킨게임 계속되는데 언제까지 돈 댈 수 없어…
금융논리에만 집착해서 한진해운 정리한 것 아니다
금융위원장이 말하는 '기업 구조조정 2년'
선박제조 능력 세계 1위…포기할 수 없는 산업
대우조선 자구노력해도 R&D인력 손대지 않을 것
해운 치킨게임 계속되는데 언제까지 돈 댈 수 없어…
금융논리에만 집착해서 한진해운 정리한 것 아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칼잡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 국가적 화두였던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3월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2년여간 그가 주도한 구조조정 바람은 거셌다. STX조선해양과 한진해운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 3사도 생존을 위해 인력 감축, 설비 축소 등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시장 평가는 박하다. 공(功)보다 과(過)가 많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낸 결정은 엄청난 물류대란을 야기했고 ‘무책임한 결정’이란 비판을 받았다. 천문학적 부실을 낸 대우조선 연명을 위해 국책은행 출자전환 등을 통해 2조8000억원의 자본확충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서도 “차기 정부에 구조조정을 떠넘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임 위원장은 지난 27일 기자단 송년 오찬을 통해 이런 비판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그는 “오장육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방금 마쳤는데 (환자가) 왜 예전처럼 걷거나 뛰지 못하느냐고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불가피’
한진해운은 지난 8월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내년 말까지 갚아야 할 1조2000억원의 부채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다. 한진해운 대주주인 한진그룹은 5000억원을 부담할 테니 채권단에 도와 달라고 했다. 하지만 금융위와 산업은행은 단박에 거절했다. 결과는 물류대란이었다. 일각에선 “채권단이 3000억원만 지원했다면 세계 7위 해운사가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산업을 잘 모르는 금융위가 금융논리로 잘못된 진단을 내렸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2019년까지 생존하려면 최대 4조6000억원이 필요했다. 선박 구성도 엉망이었다. 한진해운 보유선박 155척 중 95척은 시세보다 80% 비싼 용선료를 주고 빌린 선박이고, 자체 보유선박 60척 중 부채가 없는 배도 5척에 불과했다. 임 위원장은 “글로벌 해운사 간 치킨게임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채권단에 언제까지고 돈을 대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현대상선 해운동맹 “실패 아니다”
한진해운의 사실상 파산으로 현대상선은 국내 유일의 원양 해운사가 됐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독자 생존 여부는 불확실하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6000억원이다. 게다가 현대상선은 원양 해운사로서 필수 생존요건인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에도 실패했다. 이달 초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은 현대상선의 정회원 가입을 거절하고, 대신 3년간 제한적 수준의 협력(선복교환)을 하기로 결정했다. “정식 가입에 준하는 것”이란 게 금융위와 채권단의 주장이지만 업계는 “사실상 불발”이라고 평가한다.
임 위원장은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2M이란 기존 해운동맹과 새로운 동맹을 맺은 것”이라고 했다. 해운동맹 가입에 실패한 게 아니며, 얼마든지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대상선은 2M과의 협력을 통해 할당 선복량(화물 적재능력)이 늘어났고 미국 서부해안 운송항로도 기존 2개에서 3개로 늘었다”고 했다.
◆조선 “당장은 살려야 한다”
대우조선 처리도 임 위원장이 비판받는 대목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경영정상화를 꾀했지만 올 들어 계속된 수주가뭄을 겪고 있다. 시장에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체제를 빅2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금융위는 ‘빅3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대우조선에 국책은행을 동원해 2조8000억원 규모의 자본도 확충한다.
임 위원장은 “조선회사를 한 방에 없앨 수는 없다”며 “STX조선처럼 3년 정도 거품(부실)을 빼내야 주주, 채권자, 납품업체 등이 받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 3사 간 빅딜 없이 2018년께까지 대우조선의 부실을 털어낸 뒤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대우조선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지만 선박제조 능력만큼은 세계 1위”라며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하는 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대우조선을 구조조정해도 연구개발(R&D) 인력은 손대지 않을 것”이라며 “회사가 없어지면 R&D 인력이 중국 등 경쟁국으로 가게 될 텐데, 그럴 경우 순식간에 국내 조선산업은 와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명/정지은 기자 chihiro@hankyung.com
하지만 시장 평가는 박하다. 공(功)보다 과(過)가 많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낸 결정은 엄청난 물류대란을 야기했고 ‘무책임한 결정’이란 비판을 받았다. 천문학적 부실을 낸 대우조선 연명을 위해 국책은행 출자전환 등을 통해 2조8000억원의 자본확충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서도 “차기 정부에 구조조정을 떠넘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임 위원장은 지난 27일 기자단 송년 오찬을 통해 이런 비판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그는 “오장육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방금 마쳤는데 (환자가) 왜 예전처럼 걷거나 뛰지 못하느냐고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불가피’
한진해운은 지난 8월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내년 말까지 갚아야 할 1조2000억원의 부채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다. 한진해운 대주주인 한진그룹은 5000억원을 부담할 테니 채권단에 도와 달라고 했다. 하지만 금융위와 산업은행은 단박에 거절했다. 결과는 물류대란이었다. 일각에선 “채권단이 3000억원만 지원했다면 세계 7위 해운사가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산업을 잘 모르는 금융위가 금융논리로 잘못된 진단을 내렸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2019년까지 생존하려면 최대 4조6000억원이 필요했다. 선박 구성도 엉망이었다. 한진해운 보유선박 155척 중 95척은 시세보다 80% 비싼 용선료를 주고 빌린 선박이고, 자체 보유선박 60척 중 부채가 없는 배도 5척에 불과했다. 임 위원장은 “글로벌 해운사 간 치킨게임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채권단에 언제까지고 돈을 대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현대상선 해운동맹 “실패 아니다”
한진해운의 사실상 파산으로 현대상선은 국내 유일의 원양 해운사가 됐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독자 생존 여부는 불확실하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6000억원이다. 게다가 현대상선은 원양 해운사로서 필수 생존요건인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에도 실패했다. 이달 초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은 현대상선의 정회원 가입을 거절하고, 대신 3년간 제한적 수준의 협력(선복교환)을 하기로 결정했다. “정식 가입에 준하는 것”이란 게 금융위와 채권단의 주장이지만 업계는 “사실상 불발”이라고 평가한다.
임 위원장은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2M이란 기존 해운동맹과 새로운 동맹을 맺은 것”이라고 했다. 해운동맹 가입에 실패한 게 아니며, 얼마든지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대상선은 2M과의 협력을 통해 할당 선복량(화물 적재능력)이 늘어났고 미국 서부해안 운송항로도 기존 2개에서 3개로 늘었다”고 했다.
◆조선 “당장은 살려야 한다”
대우조선 처리도 임 위원장이 비판받는 대목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경영정상화를 꾀했지만 올 들어 계속된 수주가뭄을 겪고 있다. 시장에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체제를 빅2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금융위는 ‘빅3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대우조선에 국책은행을 동원해 2조8000억원 규모의 자본도 확충한다.
임 위원장은 “조선회사를 한 방에 없앨 수는 없다”며 “STX조선처럼 3년 정도 거품(부실)을 빼내야 주주, 채권자, 납품업체 등이 받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 3사 간 빅딜 없이 2018년께까지 대우조선의 부실을 털어낸 뒤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대우조선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지만 선박제조 능력만큼은 세계 1위”라며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하는 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대우조선을 구조조정해도 연구개발(R&D) 인력은 손대지 않을 것”이라며 “회사가 없어지면 R&D 인력이 중국 등 경쟁국으로 가게 될 텐데, 그럴 경우 순식간에 국내 조선산업은 와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명/정지은 기자 chihiro@hankyung.com